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 팬데믹 코로나 시대 거리는 멀지만 마음만은 가까이
김엄지 외 지음 / B_공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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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고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코로나19가 우리 삶 전체를 뒤흔들었다. 위드(with) 코로나, 코로나 블루(blue)로 불리는 요즘. 우울감과 상실감은 언제 끝날지 모르고, 어디서 어떻게 코로나에 전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도 무심해진 시선은 갈 곳을 잃었다.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는 코로나19로 인해 강요된 거리두기, 중단된 일상,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바뀌어가는, 바뀔 수밖에 없는 사회적 관습에 대해 13명의 젊은 소설가와 시인들이 코로나19를 살아가는 자신들의 경험과 느낀 점들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개인 간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그 때문에 더욱 소중해진 가족, 친구, 이웃과의 소통과 관계에 대한 희망을 조심스럽게 피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코로나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다른 삶의 방식’이 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우리가 알고 있던 것, 알고 있었으나 소홀히 했던 것, 그래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것들을 회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발전한다.


코로나19는 기존의 사회질서를 무너뜨리고 다른 방식의 삶을 요구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올 스톱을 하는 가운데, 개인 간의 만남은 물론 사회적 만남도 중지되고, 사람 간의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생활화, 손소독제 사용 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의 화상수업을 받게 됐고, 사무실에 모여 일하던 회사원들도 재택근무에 화상회의를 도입하게 됐다. 전시회는 물론 콘퍼런스도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기존에 당연시 생각해 왔던 종교 활동도 여름휴가도 주말 나들이도 전면 개점휴업 상태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책 제목과 같은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의 손보미 작가가 전해준 이야기에 관심이 끌렸다. 소설가인 그녀는 이십 년째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고 있다는 친구 케이로부터 7월 16일에 받았던 이메일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녀는 케이가 매년 11월에 자신의 가족을 만나러 서울에 올 때면 만났다면 지난해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들은 합정에 있는 평양냉면 집에서 냉면과 만두를 먹었고, 버스를 타고 망원동 디저트 가게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녀는 그날 케이랑 찍은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겼던 소소했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뉴욕이나 서울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날의 기억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완전히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케이는 3월에 메이시 백화점 근처에서 동양인 여자가 마스크를 안 꼈다는 이유로 집단 린치를 당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자신도 시간강사로 일하는 학교에서 비대면 수업을 이야기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며, 이 모든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몰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의 대부분은 7년째 키우고 있다는 '칸트'란 이름을 가진 고양이였다. 그녀는 케이에게 보냈던 메일에 칸트가 아프다는 소식을 전했고, 7월 16일에 보낸 메일에서 케이는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라고 썼다. 그녀는 그 문자를 보며 슬픈 생각이 들었는데, 이름을 많이 불러주는 그 일상적이고 사소한 행위가 이렇게 힘든 일이 될 줄은 그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작가의 말처럼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삶이 흘러가게 될지 알 수 없고, 어떤 비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저 살아갈 뿐이다. 사진을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주면서. 미래에 대한 약속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보다 실현하고 싶은 마음의 절실함이 좌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이 간다.


코로나19 백신이 언제 개발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전쟁에 버금가는 재난 상황에 놓였지만 속수무책에 놓여 있다. 잠시 누그러졌던 우리의 K-방역도 지난 8월 15일 이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100명에서 200명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로 인해 2주간 지속된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는 심한 우울증과 함께 자영업은 물론 일반인들의 삶에도 생존을 위협할 만큼 힘든 시간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코로나와 함께 계속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일상적으로 누려왔던 소소한 행복들에 대한 소중한 기억들에 앞서 생존에 대한 절실함이 묻어 있다. 그녀가 친구 케이와 서울에서 만나는 상상을 해보는 것처럼 나 역시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과 다시 일상적인 만남을 그려본다. 이제부터라도 사진을 많이 찍고 친한 사람들의 이름을 많이 불러주리라.





이 책은 B_공장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썼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08807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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