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냐도르의 전설 에냐도르 시리즈 1
미라 발렌틴 지음, 한윤진 옮김 / 글루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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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냐도르의 전설>이란 제목의 책을 펼쳤을 때, 눈앞에 마주한 '에냐도르 대륙'의 지도는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보았던 '중간계' 지도와 닮아 있었다. 이제 막 모험을 떠나려는 호빗처럼 난 지도부터 꼼꼼하게 들여다봤다. 어디서부터 어디로 떠나는 여행인지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에냐도르 대륙의 남쪽 마을인 부르크스메데아에서 촌부의 아들로 태어난 '카이'는 장남이다. 그는 인간 중에서도 일부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마력을 가진 인간 마법사다. 하지만 가늠할 수 없는 마력을 제대로 사용해 보지 못한 채 장남인 것도 숨기고 산다.

인간은 일찌감치 엘프에 복속되어 노예로 살아왔다. 인간의 아들이자 장남으로 태어났다면 15세에서 17세 정도의 나이가 되면 엘프에게 징발되어 드래곤과의 전쟁터로 끌려가야 한다. 수 세기 동안 엘프, 드래곤, 그리고 데몬은 에냐도르 대륙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왔다. 




이야기의 시작은 먼 옛날 인간이 에냐도르 대륙을 통치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얼음처럼 차디찬 북북, 풍요로운 남부, 황량한 동부, 수산자원이 풍부한 서쪽 해안을 네 명의 군주가 다스려 왔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끊임없어 각 나라의 군주들은 후손들에게 대륙을 하나로 통일하라고 요구했다. 권력과 부를 갈망하던 인간의 탐욕은 어느 날, 슈투름(폭풍) 산맥에 살고 있는 위대한 마법사를 만나 그로부터 다른 왕국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얻으면서 바뀐다.

'동부의 왕자'는 마법사에게 불굴의 의지를 의지를 주는 대신 공중에서 화염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드래곤'으로 변신한다. 반은 사람으로, 반은 짐승의 모습을 한 채. 그는 다른 드래곤들을 낳아 키우며 군대를 모아 마을과 도시를 불태우고 에냐도르 대륙을 공포와 경악으로 얼어붙게 만들어 결국 대륙을 지배한다.

'북부의 왕자'는 드래곤에 대항하기 위해 마법사에게 부탁하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외모를 주는 대신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단단한 가죽 피부를 지닌 '데몬'으로 변신한다. 이제 드래곤의 화염도, 인간의 칼도 그를 헤치지 못하게 되는데... 추악한 외모를 가진 데몬으로 바뀐 그는 후손을 키워 드래곤에 대항할 군대를 키워내고 사악한 눈빛만으로 타 종족을 굴복시켜 결국 에냐도르 대륙을 통치하게 된다. 




'서부의 왕자'도 마법사에게 부탁해 어떤 가죽과 살도 베어낼 수 있는 강철 검을 사용하는 '엘프'가 된다. 그는 엘프의 후손을 낳아 키워 그들의 영지에 있는 광산에서 캐온 광석을 제련해 수천 자루의 검을 만들어 데몬 족을 물리친다. 하지만 공중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공격하는 드래곤 앞에선 엘프는 무력한 존재다. 

이로써 드래곤과 데몬, 엘프가 서로를 공격하고 뺏고 빼앗기는 전쟁을 계속하는 가운데, '남부의 왕자'도 대마법사를 찾아간다. 마법사는 다른 왕자들이 갖고 있던 않던 '불굴의 용기'를 주면 그의 적들이 지닌 권능을 전부 주겠다고 왕자를 꼬신다. 하지만 왕자는 재빨리 검을 뽑아 마법사를 겨누는데...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마법사는 자신의 마력 중 일부를 그에게 넘겨 주며, 다른 종족들로부터 인간을 지키는데 사용하라고 이야기한다. 이제 인간은 타 종족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인간이 가진 의지, 매력, 열정, 증오, 그리고 용기를 결합해 생존해 나간다. 그 중 극소수는 마법사로 태어나지만 엘프에게 들켜선 안 된다.




이야기를 다시 카이로 돌려 보면, 그는 자신을 대신해 엘프의 노예로 뽑힌 고아인 트리스탄에게 도망치라고 하지만 트리이야기의 중심은 장남인 카이 대신해 엘프의 노예로 뽑혀갈 운명을 지닌 채 살아온 고아인 ‘트리스탄’이다. 카이는 전날 밤에 트리스탄에게 도망치라고 하지만 그는 엘프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결심한다. 다음날 엘프는 마을에서 필요한 장남들을 선발하고 밀고로 숨어 있는 마법사를 찾지만 실패한다. 카이의 여동생 '아그네스'를 마법사 대신 끌고 가자 마을 사람들은 물론 카이도 혼란에 빠진다. 

밤새 고민을 하던 카이는 아그네스와 트리스탄 구하겠다며 무작정 길을 나서고. 추운 겨울 마을에서 나와 프로슈타인으로 가는 길에 잘리스부르크에서 따뜻한 봄기운을 가져오는 마법을 사용했다가 그 마을 사람들에게 들켜 사로잡힌다. 그는 강제로 엘프와 데몬의 전쟁 노예로 끌려가게 된 트리스탄과 아그네스 이야기를 하며 풀어달라고 하지만 소용없다.

엘프들은 다른 인간 마을을 지나는 길에 소년병들을 추가할 때마다 잠시 멈춰 설 뿐, 전쟁터로 끌고 가는 인간 노예 아이들에게 아무런 죄책감도 없다. 대신 엘프에 굴복하지 않는 트리스탄을 본보기 삼아 심하게 매질을 하는 등 잔혹한 모습을 보인다. 트리스탄은 엘프의 학대와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채찍을 맞으면서도 패기와 열정으로 맞서고... 이들의 모험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궁금하다.




같은 마을에서 끌려온 대장장이 아들 야레드, 평소엔 트리스탄을 무시했지만 자신을 지켜주려고 애쓰는 그를 다시 보게 된 아그리네스. 혹독한 추위로 꽁꽁 얼고, 굶주린 채로 어딘지 모를 전쟁터로 끌려가는 트리스탄의 모험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에냐도르의 전설>은 초반부만 읽었을 때부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일 끝나면 집에 오면 한밤중에도 며칠 계속 책장을 넘기며 봤다. 판타지 소설이 다 그렇지 할 수도 있지만 독일 작가 특유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시길 강추한다. 




마침내 고대의 숨겨진 예언이 서서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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