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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다이어리 1
임현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5월
평점 :
손안의 세상 휴대폰에는 없는 게 없다. 시간만 낼 수 있다면 웹툰, 웹소설, 이북들을 다 씹어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코로나19로 집콕하는 시대가 됐지만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내기란 쉽지 않다. 웹툰도 즐겨 보고 있는데, 책으로 된 웹툰을 보는 건 오랜만이다.
<플랫다이어리>를 펴낸 임현 작가는 세상에 넘쳐나는 샵(#)한 이야기들을 쫓다가 자신을 잃어버릴까 두려워 플랫(b)한 삶을 추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책은 샵(#)으로 공감을 얻기 위해 남을 위한 일기를 쓰는 대신 나를 위한 일기를 쓰겠다고 선언한 작가가 글과 그림이라는 웹툰 장르로 소개한 에세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2권의 <플랫다이어리> 중에서 1권이다. 12개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인 '파스텔 운동화를 신은 할머니'에는 작가가 '플랫다이어리'를 쓰게 된 이유가 설명되어 있다. 백수로 살다 보니 돈이 궁해진 주인공은 클럽에서 물 쓰듯 돈을 쓰는 아는 형으로부터 양심을 팔아 돈 좀 벌 수 있는 고급 진(?) 알바를 제안받게 되는데...
일기에도 유행이 있고,
요즘은 남들보다 #한 일상들이 사랑받는다.
- 35페이지
클럽에서 돈의 위력을 실감하고 나온 주인공은 어느 날 아침에 망해버린 브랜드의 파스텔 운동화를 신고 냅킨을 줍고 있는 할머니를 보게 된다. 잠시나마 큰돈을 벌어보겠단 생각을 했지만 내가 아닌 남을 위한 #한 일기를 쓰려고 남의 인생을 쫓다 보면 자신을 잃어버릴까 두려워졌다.
그는 나만 보는 다이어리에 손으로 눌러썼던 다짐들, 말하자면 할머니의 운동화처럼 남들의 일상보다 플랫(b)한 일기를 쓰겠다고 다짐한다. 이 웹툰의 전반적인 주제가 담긴 에피소드다. 개인적으로 소소한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보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 책을 읽다가 나도 돈만 좇아서 일한 적은 없었는지, 남들로부터 좋아요를 받기 위해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적은 없는지 반성해 본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조별 과제'다. 대학에선 학과별로 조를 나눠 과제를 제출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조원들을 배려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과제를 위해 조를 만들게 되는데... 두 명은 그와 팀 경험이 많은 친구들이었고, 그 둘과는 친구지만 나와는 초면인 머니까지 넷이 한 조가 된다. 조장을 맡은 그는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그리고, 결과만 좋으면 원칙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원들의 이런저런 사정을 봐주며 좋은 조장이란 인식에 만족하지만 머니의 일탈적인(?) 행동에 갈등이 쌓인다. 그러던 어느 날 조원들을 A, B, C 등급으로 평가하라는 교수의 주문을 받게 되고. 잠시 당황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데. 하지만 그는 조별 과제 결과물에 맞는 기여도로 조원을 평가하면서 두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하나는 나와 친한 조원들이 낮은 점수를 받는다면
조장인 내가 편의를 봐준 탓이라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잘못했던 사람은
원칙을 지키는 머니가 아니라
머니를 이상하게 여긴 우리였다는 것이다.
- 57~58페이지
나 역시 대학시절에 조별 과제를 많이 냈다.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그때도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한 눈치작전(?)이 치열했다. 과조교나 선배들로부터 과목별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 자판기 커피에 막걸리를 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건 샵(#)한 일이었다. 요즘 같으면 페북에 좋은 학점을 받았다고 자랑질(?)을 하지 않았을까.
작가는 남을 위해 좋아요를 받기 위해 쓰는 일기 같은 일상이 어떤 것 같냐고 물어왔다. 그러고 보면 글을 올리고 난 후, 블로그에 하트는 얼마나 표시되는지, 조회 수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봤던 것 같다. 이 책에는 앞에 소개한 두 편의 에피소드 외에도 10편의 재미난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위아래 스크롤 형태로 보는 웹툰을 좌우로 넘겨 보는 책에서 볼 때 느끼는 점들이 많이 다르지만 읽고 나서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좋다. 1편 읽고 나면 2편도 읽어봐야겠다. 소소한 일상의 재미난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플랫다이어리>를 읽어 보시기 바란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1953208975
지금부터 내가 그릴 이야기들은 나를 위해 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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