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무래도 진짜로 사람을 죽일 것 같아서 겁나.
아궁 유다는 마르지오가 사라지기 전 제 아비를 죽이겠다.
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몸 안에 무언가가 있어서 아무 고민 없이 죽여버릴 수 있다고 했다. 아궁 유다는 그게 무엇인지는 물지 않았다. 그 무언가가 없어도 멧돼지 몰이꾼이라면 아주 쉽게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마르지오가 정말로 누구를 죽이려고 들 작정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공설운동장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보았고 마 소마도 이끼로 가득 찬 쓰레기통을 비우러 나왔다가 빈손인 그 아이를 보았다. 아무도 그 아이가 살인을 저지르기 일보 직전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칼이나 하다못해 밧줄이라도 있어야할 텐데 빈손이 아니던가. 사람을 물어뜯어 죽일 거라고 누가생각이나 했겠는가, 

마르지오는 나중에 경찰서에서 자백한 대로, 목의 대동맥을 물어뜯어 안와르 사닷을 죽였다. 달리 무기로 쓸 게 없었어요, 마르지오가 말했다.

마르지오는 우두커니 서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실무슨 말인지 이해도 되지 않았다. 자신을 에워싼 얼굴들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또 알아볼 수 없기도 했다. 아궁 유다가 그런꼴을 견딜 수 없었던지 마르지오에게 다가가 진짜 피를 뒤집어쓴 것인지 냄새를 맡아보았다. 진짜 피인 것을 확인하고 나자 안색이 싹 변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너무나 뻔한 일이었다. 아궁 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마르지오는 하나도 안 다쳤어." 사실이 그러했다. 

내가 아니에요." 마르지오는 아무런 죄책감 없는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 "내 몸 안에 호랑이가 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일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인도네시아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에카는 ‘멜랑콜리 3인방을 꼽았다. 첫째는 아미르 함자, 최고의 인도네시아 시인이자 북수마트라의 독립 지지파 귀족이었다. 그는 1945~1949년 독립혁명 기간에 혁명가로 가장한 폭력배들의 손에 살해되었다. 둘째는 프라무댜, 셋째는 용감한 위드지투쿨, 새로운 종류의 급진적 자바 시인이다. 실종됐다고 알려졌지만, 한때 수하르토의 사위였고 대통령이 되고 싶어 미쳐 날뛰던 프라보워 장군의 사주를 받은 노련한 킬러에게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봄이 오면 실내에 앉아 있어도 놀라운 일들이 계속 벌어진다.
자판을 치고 있다(뭔가 구상중). 간만에 겨우내 꽁꽁 닫아두었던 앉아있는 의자 바로 옆의 커다란 창문을 열어놨고, 그 창으로 봄 햇살과 살랑대는 바람이 불어 들이온다. 기분이 좋아진다. 머리털부터 똥꼬까지 기분이 좋다. 드디어 몸속으로도 봄이 진입한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름다운 것은이상한 것인가. 이상하게 생긴 나비는 아름답다. 꽃 역시 마찬가지. 이름다운 빛깔과 향기를 지녔지만 지세히 보면 이상하게 생겼다. 이상하고 낮선 구조를 가진 꽃들도 많다. 꽃과 나비가 만나는 일은 세상의 어떤 완벽한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완벽을 넘어서는 장면 같다. 아름다운 날갯짓을 하는 나비의 수명은 보통 2주 정도리고 한다.

나는 산과 논밭이 집보다 많은 한적한 지역에 살고 있으므로 이곳에서만나는 고양이들은 야생 고양이라고 칭하기로 한다. 서울 같은 도시에서는 길고양이라고 칭해지는 녀석들 말이다. 그들이 길에 있는 거 같지 않으므로 길고양이라고 부르기엔 뭣하다. 산고양이, 들고양이가 더 적합한용어이다. 

지렁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현자같이 느껴진다. 아마도 말이 없는 그 고요함 때문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