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의 밀도 - 청소년 테마 소설 문학동네 청소년 24
고재현 외 지음, 유영진 엮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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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책상 위가 온통 책으로 난리도 아니다. 이리 쌓고, 저리 쌓고..

그 동안의 세월과 짬밥으로 책상 두개를 모두 사용하는 호사(?)를 누리게 된 것이 사건의 발단인지도 모른다.

널찍한 공간이 생기니 책상위에 책을 마구 던져둔다.

쉬는 시간이면 사탕이라도 하나 얻을까 싶어서 아이들은 내 자리에 모여든다.

저희들 집엔 고급 사탕이며 과자들이 널렸을건데, 어째서 내가 주는 콩알만한 싸구려 사탕에 목숨을 거는지 알 수 없다.

수업시간에 사탕 몇개를 들고 들어가, 잘한 녀석 몇에게 나눠주고 나면, 아이들은 한없이 부러워하곤 한다.

어쩌면, 아이들은 관심을 받는다는 확인과 체온을 느끼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여튼, 그렇게 모여든 아이들은 책상에 널부러진(?)책들을 만지고 쌓고하며 논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 노는 아이들을 보는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다 한 녀석이 "쌤, 이거 빌려가도 되요?"

한다. 기다리던 바다. "당근~!" 그러자 아이들이 "뭔데? 나도..나도.."하면서 타임세일하는 마트 매대앞의 엄마들처럼 우르르 달려들어 한권씩 집어가 버렸다.

누가 어떤 책을 가져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가져간 책들이 돌아오기도 하고 영 안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렇게 가져간 책이, 그 아이의 삶에, 아니 적어도 그 아이의 십대 어디쯤에 작은 흔적이라도 남는다면 그걸로 족하다. 냄비받침으로 사용하건, 사발면 하나와 바꾸어버리던..상관없다.

 

 

얼마전, 고마운분께 책을 선물받고는 그 표지에 반해, 읽어야지 하고 꾸역꾸역 가방에 넣어 들고 온 책은 단연 인기였다.

저희들끼리 알아서 돌려 읽다가 꼬질꼬질해져서 돌아온 책..

한 권이 돌아왔다.

 

 

 

 

각각 일곱명의 작가들이 쓴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을 들고 간 아이는 키가 작고 조금 통통한 아이였다.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지만, 자신은 너무 못생겨서 가수는 할 수 없을거고 작곡을 하고 싶다고 어느 날엔가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작고 통통한..못생기고 피부도 검은..게다가 윗니 양쪽에 난 덧니까지, 아이의 자신감은 그 아이의 키만큼 낮고 작았다.

책을 돌려주며 아이가 말했다.

"쌤, 이거 진짜 재밌어요. 세상에 별 사람이 다 있어요."

어쩐지 아이의 표정이 밝아보였다.

자신이 콤플렉스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어쩌면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징표라고 생각하게 된건가?

아니면 콤플렉스로 고민하는 것이 비단 자기만은 아니라는 걸 알아챈건가?

어쨌든, 다양성이든, 개성이든 아이가 만난 그것이 그 아이에게 조금 더 밝은 웃음을 준 것이 틀림없다.

 

일곱가지 이야기는 감추고 싶은 비밀, 혹은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이야기, 친구와의 관계의 이야기를 아이들의 언어로 잘 풀어놓았다. 첫 이야기부터 흥미롭다. 혀에 털이 난다. 상상이나 되는가..

식구들과의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지고, 털이 나는 혀를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 만나게 되는 사람들..저마다 감추고 싶은 비밀을 품고 사는 사람들.

모두가 품고 있는 콤플렉스라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지 않나? 반문하게 된다.

콤플렉스가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장점이 되기란 그닥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긍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

특별한 징표가 될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기질일 수도 있다는 걸..이해하는데서 자신을 이해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시작되는 것일게다.

 

띠지에 쓰여진 한마디. "말 해, 아프다고."

아이들은 아프다고 말하고 싶어한다.

그냥 약효 하나도 없는 행위지만 그저 "호~"하고 불어주기만 해도 한결 좋아질 아픔이다.

"너만 아픈거 아냐! 다른 애들도 다 아퍼. 엄살부리지 말고 열심히 해" 이런 말들이 상처를 악화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책 읽는 아이들은 예쁘다. 읽고 나서 뭔가 이야기하려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는 건 정말 설레는 일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란다.

 

그저 호~ 해주고 쓰다듬어주는 것으로, 그 아이가 거기 있다는 걸 기억해 주는 것으로, 아이들은 훨씬 자존감있게 자라나게 될게다.

 

근데..다른 책도 보고 싶은데..언제 돌아올까? 돌아오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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