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 106동 101호
천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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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부부만 살고 있는 집. 아랫층 할머니는 생활소음이 시끄럽다며 밤낮 가릴것 없이 초인종을 누르며, 관리사무소에도 찾아가고 난리도 아니었다. 시험관 아이를 준비하는 채아는 심신안정이 필요했고, 훗날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좀 더 안정적인 공간이 필요로 했다. 그래서 이사를 결정했다. 집을 찾던 중 알맞은 집을 발견했다. '급매'로 나온 솔빛아파트 106동 101호. 시세보다 저렴하고, 아이가 태어나도 어쨌든 아랫집과 층간소음으로 얼굴 붉힐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채아는 어딘가 모를 스산한 기분을 이 집에서 느끼게 된다. 더군다나 사정이 있어 급히 처분하고 멀리 이사간다던 전주인을 동네서 만나게 되고, 그 인사는 "잘, 살고 계세요?"라는 것이다. 잘 살고 계시냐니?

'급매'.

어쩔수 없는 사정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무척 서두른다면 무언가 속사정이 있지 않은지 들여다 봐야한다는 어른들의 말은 틀리지 않는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우선 필요한 것이 의식주인데, 편안한 휴식의 공간을 주어야 하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면 삶이 편안하지 않을 것이다. 채아의 입장에서 묘사가 되서 그런지, 아니면 여성에게 더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인지는 몰라도 남편 대한은 이 집에 대해 별다른 불편한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그저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채아에게 지쳤는지, 무관심을 하는 건지. 어찌보면 이 집 때문에 채아는 인생의 새로운 길로 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나도 아랫층 윗층집 때문에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었던 적이 있어서 초반에 채아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었다. 직접 겪어보지 않더라도 뉴스에 보도가 될 정도의 큰 사건도 있지 않은가.

왜 이 곳에 살던 사람들은 '급매'로 팔아버리고 떠나갔을까. 왜 이 곳에 살고 있으면 불행해질까. 정말로 이상한 기운이 스며있는 것일까. 아무래도 무언가 급하게 처분한다거나 급하게 구한다고 하면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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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단백질 - 탄생, 사랑, 변신, 그리고 죽음을 순환하는 생명의 과학
샤히르 S. 리즈크.매기 M. 핑크 지음, 홍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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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를 좋아한다. 특히, 푸바오가 물건에 직접 코를 대고 냄새를 파악하는 모습보다 허공에 코를 내밀고 바람에 실려오는 냄새를 맡는듯한 모습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후각은 우리의 동물 친척들에게 생존에 훨씬 결정적인 감각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불을 피우거나 전등을 켤 수 있지만 동물 대부분은 삶의 절반을 밤의 어둠 속에서 보내며 환경을 탐색하고, 먹이를 찾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예리한 후각에 의존해야 한다.(p.111) 어쩌면 푸바오도 낭만있게 공기의 냄새를 맡는 것은 아닐테고, 주변을 탐색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 냄새를 잡아내는 후각 수용체에도 단백질이 관여한다. 이 책의 많은 이야기들을 알고는 있지만 - 물론 수박겉핥기처럼만 말이다. - 그 대부분의 일들이 단백질이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잘 몰랐다. 단백질이라고 하면 그저 "남의 살"을 구성하고 있어서, 고기를 구울 생각만 하고 있었지, 우리 몸 구석구석에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줄은 미처 몰랐다. 감각기관을 배울때 가장 예민한 기관을 후각이라고 배운다. 또한 다음 위험상황을 대비해서 처음 냄새에 대해서 금방 마비가 현상(감각의 피로)가 오기도 한다. 그 이유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알겠다. 공기 중에 떠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분자들을 포착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후각 수용체는 극도로 민감해야 한다고 한다. 늘상 긴장상태에 있어야 하는 후각수용체의 단백질들은 첫번째 임무를 마친 뒤에 다시 또다른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서, 재빠르게 태세전환을 하는 탓인가보다. 어쩌면 인류의 조상들도 지금의 동물들 못지않은 후각수용체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불을 피우고 전등을 발견하면서 우리의 후각 수용체의 단백질들은 예전만큼 긴장을 유지하는 격한 근무형태에서 다소 유한 근무환경으로 전환되었을 것이다. 다만, 아직도 다른 감각기관의 단백질보다는 예민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매우 흥미롭다. 항상 우리 곁에 있었던 단백질을 무심코 지나쳐왔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우리의 몸짓 하나하나를 움직이는 단백질이라는 아이들이 너무나도 기특한 행동들을 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우리들은 과학이 빚어낸 향상된 기술들에 현혹되어 더욱더 편안한 삶만을 영위하면서 지내는 것 같다. 그런 기술들을 만들어낸 것들은 어쩌면 이 작은 단백질로부터 시작했을 텐데 말이다. 그 속에 담긴 비밀들을 알게되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더 새롭게 보이지 않을까. 아니,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도 적어도 내 몸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재밌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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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루팡
박상민 지음 / 서랍의날씨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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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브로커라는 말을 들으면 안 좋은 방향으로 연상이 되서.. 설마 승재도 그런 부류일까 잠시 오해했었다. 하지만 승재가 지금 일을 하게 된 이유에는 아픈 사연이 있었다. 엄마의 허망한 죽음 때문이었다. 면회 당시 엄마는 그리 심한 상태는 아니었다. 정확한 사인을 위해 부검을 해야했지만.,아빠는 엄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며 거부했다. 시간이 흐른뒤 알게 된 사실은 동명이인의 약이 엄마에게 주사되었던 것. 엄연한 의료사고였다. 하지만 이미 엄마는 화장을 한 상태였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만 할뿐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경찰청 의료전담팀 비밀 요원이 되었다. 법에 저촉되는 일로 몸을 사리는 경찰을 대신해 자료를 수집하는 의료 브로커.

함께 일하던 파트너와는 성향이 맞지 않아 결별을 하게 되었고, 코인에 돈을 잃은 취준생 동생 승아가 찾아오면서 둘은 함께 일을 시작하게된다. 남성 둘보다는 남녀 혼합 조합이 더 유리할 듯하다. 한때는 연기 지망생이었던 승아는 승재가 생각하지 못한 능력으로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한다. 남매라 그런지 아주 죽이 척척 맞는다고나 할까.

한 커뮤니티에 누군가 양심고백울 했다가 곧바로 글을 삭제해버렸다. IP 추적을 해보니 소마대학교 병원이었다. 작성시간과 전산접속 기록을 대조해 누군지 특정했지만, 본인이 쓴 적이 없다고 잡아떼는 바람에 경찰은 난감한 상태였다. 그녀를 찾아내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내야 하겠다. 승재와 승아는 소마대학교 병원에 침투해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진 것인지 조사에 나간다.

몇년 전까지 나도 종합병원에 보호자로서 드나들었었다. 아픈 몸을 맡기고 있는지라 항상 '을'의 입장이지만, 친절하게 대해주는 의료진들에게 참으로 고마웠었다. 헌데, 만약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끔찍할 것만 같다. 의료사고가 나더라도 환자측에서 증명하기가 참으로 힘들터인데 승재같은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정당한 방법은 아니더라도, 정당한 방법이 아닌 대우를 받게 된다면 누군가는 소리를 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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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위의 만찬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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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음식물을 통해 영화를 기억하는 독특한 시선의 무비 에세이이다. 다만, 예전에는 영화를 많이 봤지만, 요즘에는 그다지 영화보다는 책을 읽는 편이라 낯선 영화들도 있고, 오래전에 봤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는 영화도 있어서, 전부다 공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궁금증에 영화를 볼까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니까 여러가지로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욕망과 허기」, 「권력과 기만」, 「불안과 위로」, 「공감과 우정」의 4분야로 나누어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 중에서 특히, 어린시절의 추억이 담긴 "E.T."가 매우 반가웠다. 어린 시절 꽤 유행하던 ET는 처음부터 좋아하지는 않았다. 머리는 식빵처럼 생긴데다가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았던 터라, 인형이 집에 있었는데 별로 정이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후에 어떤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꽤 예뻐했던 것 같다. 식물채집을 위해 지구로 온 외계인 식물학자. 외계인의 낌새를 알아챈 미국 정부 요원들이 들어닥치니 우주선은 황급히 떠나면서 이티 한명(?)만을 남겨두고 말았다. ET와 우정을 나누게 된 엘리엇이 그를 유인하기 위해 초콜릿을 사용하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지 않고 한참 후에야 TV를 통해서 본 것 같은데, 자전거를 타고 보름달을 배경으로 하늘을 나는 장면이나, 손가락을 마주대는 장면 정도만 기억이 나는데, 다시 한번 영화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최근에 본 영화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왕과 사는 남자"였다. 개봉한지 며칠만에 보긴 했는데, 그 후로도 많은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이끌었던 영화였다. 아마도 어린 나이에 왕위에서 쫓겨나서 세상을 등졌던 단종의 애틋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마치 단종이 살아돌아온 듯한 박지훈 배우의 눈망울도 큰 역할을 했고, 목숨을 걸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했던 충신 엄흥도의 감동적인 이야기도 혁혁한 공을 세우지 않았을까. 식사를 거부했던 단종은 그래도 자신을 위해 정성들여 만든 백성들의 밥상을 받게 된다. 아무리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유배를 왔더라도, 백성들과 그렇게 한상에서 정겹게 이야기하며 식사를 하셨을까도 싶지만, 그래서도 더욱더 애틋해 보이지 않았을까 했다. 당시는 임진왜란 전이라 고추가 들어오기 전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빨간 고춧가루가 없기에 빨간색이 깃들지 않은 밥상에 굳이 '뱀이 많은 곳에서 잡은' 산딸기를 올린 것이 아닐까라는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하지만 저자가 더 주목을 했던 건 아무래도 '사약'인 것 같다. 이 부분의 제목은 "죽음을 위한 음식, 사약"이니 말이다. 죽을 사(死)자가 아닌 내릴 사(賜)자를 쓰는, 말하자면 선택 받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죽음의 음식이 사약이었다.(p.372) 마지막의 순간까지 품위를 지켜준다는 명분으로 내려주는 사약이라는 것은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한그릇 마시고 나면 금새 죽는 그런 음식(?)은 아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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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먹고 가시게 - 한국무속 앤솔러지
김아직 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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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고기를 내어드리니(김아직)」, 「금단의 술법(정명섭)」, 「대운의 기운을 내리소서(문화류씨)」, 「한밤중의 고사상(최하나)」의 4편의 이야기를 담은 "한국 무속 앤솔러지"이다. 한국무속신앙은 대체적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야말로 굴러온 돌이 박힌돌을 빼는듯한 모습이 보여지는데, 그래서 무속신앙을 기반으로 하는 이야기가 반갑기도 하다.

요즘 릴스에 많이 뜨는 것 중 하나가 드라마 "참교육"이다. 그 중에서도 학교 선생님들에 스토킹 하듯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었는데, 「금단의 술법」도 비슷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민속학자 강성찬. 한때, 그와 무속을 연구했던 유이나가 나타난다. 금단의 술법이라고 알려진 소환굿에 대해 조사를 하던 중에 만났던 박금주 무당. 소환굿이 없다고 하던 그녀는 10여년이 지나 지금 그 소환굿을 해서 결국엔 사망했다는 사실을 유이나가 전한다. 이유는 아마도 박금주의 늦둥이 아들과 그의 금지옥엽같은 딸 지안이 학교내 괴롭힘은 물론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시달리다가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박금주는 복수를 하기 위해 소환굿을 하지 않았겠냐며 이 일을 조사해보자는 것이다. 과연 성찬과 이나는 이 복수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몇년전 새내기 초등학교 선생님이 근무지에서 죽음을 선택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수면으로 떠올랐던 사건이 있었다. 연일 뉴스에서 다루었던 이야기가 집인근의 초등학교에서 벌어졌던 일이어서 더 마음이 아팠더랬다. 사적복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하지만, 「금단의 술법」에서 다뤄지는 이야기도 사적복수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박금주를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단순하게 생각해볼 것은 아닌것 같다. 어째서 세상은 자꾸만 이렇게 변해가는 것인지 그야말로 사실을 왜곡해하면 부당함이 정의인척 행세를 하는 세상은, 분명 잘못되었다. 비단, 소설에만 등장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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