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춤추는 단백질 - 탄생, 사랑, 변신, 그리고 죽음을 순환하는 생명의 과학
샤히르 S. 리즈크.매기 M. 핑크 지음, 홍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6월
평점 :
나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를 좋아한다. 특히, 푸바오가 물건에 직접 코를 대고 냄새를 파악하는 모습보다 허공에 코를 내밀고 바람에 실려오는 냄새를 맡는듯한 모습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후각은 우리의 동물 친척들에게 생존에 훨씬 결정적인 감각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불을 피우거나 전등을 켤 수 있지만 동물 대부분은 삶의 절반을 밤의 어둠 속에서 보내며 환경을 탐색하고, 먹이를 찾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예리한 후각에 의존해야 한다.(p.111) 어쩌면 푸바오도 낭만있게 공기의 냄새를 맡는 것은 아닐테고, 주변을 탐색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 냄새를 잡아내는 후각 수용체에도 단백질이 관여한다. 이 책의 많은 이야기들을 알고는 있지만 - 물론 수박겉핥기처럼만 말이다. - 그 대부분의 일들이 단백질이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잘 몰랐다. 단백질이라고 하면 그저 "남의 살"을 구성하고 있어서, 고기를 구울 생각만 하고 있었지, 우리 몸 구석구석에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줄은 미처 몰랐다. 감각기관을 배울때 가장 예민한 기관을 후각이라고 배운다. 또한 다음 위험상황을 대비해서 처음 냄새에 대해서 금방 마비가 현상(감각의 피로)가 오기도 한다. 그 이유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알겠다. 공기 중에 떠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분자들을 포착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후각 수용체는 극도로 민감해야 한다고 한다. 늘상 긴장상태에 있어야 하는 후각수용체의 단백질들은 첫번째 임무를 마친 뒤에 다시 또다른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서, 재빠르게 태세전환을 하는 탓인가보다. 어쩌면 인류의 조상들도 지금의 동물들 못지않은 후각수용체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불을 피우고 전등을 발견하면서 우리의 후각 수용체의 단백질들은 예전만큼 긴장을 유지하는 격한 근무형태에서 다소 유한 근무환경으로 전환되었을 것이다. 다만, 아직도 다른 감각기관의 단백질보다는 예민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매우 흥미롭다. 항상 우리 곁에 있었던 단백질을 무심코 지나쳐왔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우리의 몸짓 하나하나를 움직이는 단백질이라는 아이들이 너무나도 기특한 행동들을 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우리들은 과학이 빚어낸 향상된 기술들에 현혹되어 더욱더 편안한 삶만을 영위하면서 지내는 것 같다. 그런 기술들을 만들어낸 것들은 어쩌면 이 작은 단백질로부터 시작했을 텐데 말이다. 그 속에 담긴 비밀들을 알게되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더 새롭게 보이지 않을까. 아니,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도 적어도 내 몸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재밌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