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와 어? 인문과 과학이 손을 잡다
권희민.주수자 지음 / 문학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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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과학은 "수박 겉핥기"이다. 이 속담은 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것 같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속담이 머리에 떠오른 이유는 긍정적인 의미가 더 많았다. 너무 깊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얕게도 아닌 일반적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여기서 흥미있는 내용에 대해서 전문적인 책을 찾아 본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은데 말이다.


이 책 중에서 몇가지 시선을 끄는 말이 있었다. 첫번째는 "시간은 주기적으로 있는 어떤 것을 <관찰>해서 얻어낸 <개념>이다.(p.50)"라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알고 있는 것들을 보면,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관찰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별들과 행성들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케플러의 법칙만 보더라도 그의 집념의 관찰과 관측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그 사실을 배울때는 그저 외워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케플러의 오랜 노력을 알았을 때는 그냥 지나갈수 없는 이론이 되어버렸다.


두번째는 "우리 몸에는 약 100조 개 세포가 있다. 그리고 두뇌에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인 뉴런이 있다. 우연하게도 우주엔 100조 가량의 별들이 있고, 우리 은하에는 무려 1000억 개의 별이 있다.(p.172)" 어쩌면 이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고집 피우고 싶은 사람들이 억지로 끼워맞추는 이야기일테다. 어쩌면 이건 우연일 것이다. 이 무한한 우주에 생명체는 지구에만 있을리는 없다. 그저 인간이 제일 위대하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 뿐일테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사람이라는게 창피할 정도이다. 아동학대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가운데 생후 2주된 아이의 일은 정말이지 분노게이지를 상승시킨다.


마지막으로 "자기가 굳게 믿는 진리를 위해서 목숨을 바쳐야 하는 사람들은 종교인들이어야 할 것 같은데, 엉뚱하게도 과학자들이 고난과 박해를 겪었다.(p.192, 193) 항상 종교와 과학은 충돌해왔다. 순수한 종교적 믿음도 있었겠지만 혹자들은 신을 등에 엎고 이익을 취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이 세상에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은 없다고 본다. 다만, 지금의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설명하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각자 입장은 다르겠지만 그렇다고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나의 믿음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믿음도 존중해줘야 하는 것이 진정한 종교인이자 과학자가 아닐까. 갈릴레오는 간신히 종교심판은 면했지만 자택감금 당하던 중에 죽었다고 한다. 지구가 움직이는 것이 뭐 대단한 것이라고 그의 신념을 깨트리려 했을까. 하지만 1992년 로마 교황청은 갈릴레이가 주장했던 지동설이 옳았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옳았던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이겠지만. 359년이 흐른 뒤에야 교황청은 자신들의 무지와 실수를 인정했다. 과학과 종교는 서로 대립되야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둘은 대립각을 세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열중해야 하는 문제이지 결코 대립되서는 안된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생각이다.


저자들은 부부다. 물리학자와 소설가이다. 이 책에서 쉽게 말에 문과와 이과의 대립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내 모습도 은연중에 이과체질이지 않을까 생각하지 슬쩍 입꼬리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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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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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도 돌았고, 별안간 철수 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어거스틴은 이에 불응하고 남았다. 다시 데리러 올 수 없다는 말에도 그는 북극에 남기로 했다. 연구원들이 철수한 후 발견한 여자아이 아이리스. 그녀와 함께 버려진 북극 연구소에서 세상에 통신을 하려 하지만 마치 텅 비어 버린 것 같이 고립된 것만 같다.​


목성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는 탐사선에 설리. 아무도 목성을 다녀올 수 있는 정도면 지금보다도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목성의 위성에 남겨진 로봇에서 보내오는 자료는 계속해서 수신되는데, 지구와의 교신이 끊겨 매우 당혹스럽다. 떠나온 지구보다 돌아갈 지구가 불안한 건 왜일까.​


어거스틴과 설리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이 된다. 어거스틴과 설리는 혼자는 아니지만 어딘가 모르게 고독해 보인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 그 둘의 관계를 짐작케 한다. 또한 결말을 향해 달려갈 때 의도치 않은 이름이 등장하면서 고민에 빠진다.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 아마도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라면 짐작을 할 수도 있을것 같다.​


이 소설의 원제인 "굿모닝, 미드나이트(Good Morning, Midnight)"낮을 떠나보내고 밤을 맞이하는 인간의 절망적인 기쁨을 노래한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서 따왔다고 한다(p.371)​


제목도 살짝 어딘가 맞지 않지만 "절망적인 기쁨을 노래한다"는 것 자체도 뭔가 모순적인 것만 같다. 아무런 빛도 없는 어둠속으로 향해 내려가는 이 야기의 결말은 열려있다. 남을 수도 그렇다고 떠날수 없는 상황. 그런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세상의 종말에 과한 아름답고 쓸쓸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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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장면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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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가끔은 난감한 이야기가 있다. 내게는 단편이 그렇다. 이 소설은 단편은 아니지만 제목처럼 마치 한씬 한씬 장면이 펼쳐지고 있어서 인과관계를 따지기가 무척 힘이 들었다. 아마도 내 성향때문인지, 나는 시나 단편에는 맥을 못 추는 편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정말로 지극히 나의 주관적 해석이다. 뭐..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으니 그렇게 쓰는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의식과 무의식,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서 포착됨을 거부하는 문체와 평면적이고 반복적인 서사로 특유의 작품 세계를 이어온 작가 김엄지라고 하는데, 아마도 내게는 처음 만나는 작가라 익숙하지 않아, 이 소설의 서술되는 방식이 좀 낯설기도 하다.


'R'은 기억을 잃었다. 8개월 전 미끄러져 5미터 밑의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그는 기억을 못하는게 많다. 기억상실증이라기 보다는 드문드문 기억나지 않는게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나와 별반 다를게 없는데 말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이 있기는 한데, R과 비교해 본다면 그가 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을것 같다. 아내와 떠난 제인해변에서도 아내를 잃었다. 그녀와 함께 떠나는 온 것인지, 애초에 혼자온 여행이었는지 자신도 사실을 잘 인지 못해서 보는 나도 조금은 혼란스러울까. 마지막을 덮으면서 혹시나 R이 아내를 해친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장르소설을 많이 읽은 탓일까. 어찌보면 R은 현대인의 모습인 것만 같다. 어디 제 정신으로 살아갈만한 세상은 아닌것 같다. 현실인지 아니면 내가 부정하고픈 세계인지 혼미한 그런 R들이 여기 저기 방황하고 있는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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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언니의 방구석 극장
양국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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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날... 아직도 젊긴 한데.. 어쨌든 지금보다 예전에는 영화를 많이 봤었다.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영화를 보다가, 혼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을때, 그냥 시간이 생기면 근처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었던것 같다. 아마도 동행이 있을 때는 영화를 이유로 얼굴 한번 보자했던게 컸을것 같고, 혼자 영화를 보게 될때는 그저 영화가 좋아서였을 테다. 혼자서는 이것저것 봐야하지만 동행이 있을때는 서로의 취향도 생각해야 하고 영화만 딱 보는게 아니고 이것저것 많이 해야하지 않겠나.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보다는 책을 더 많이 읽게 되는 것 같다. '원작을 갖고 있는 영화라면 책을 보자'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 책에서 언급된 영화들을 "토이 스토리 4" 만 제외하곤 어쩜 하나같이 보지 않은 영화일까. 이렇게 난감할 수가.. 그래서, 글을 읽을때, 몇편 영화로 봐야겠다 싶은 것들을 적어는 놨지만 정말로 볼 수 있을까. 물론, 코로나때문에 영화관들이 많이 잠시 문을 닫았고, 지금은 꼭 영화관을 가지 않아도 집에서 충분히 볼 수 있지만, 언제가부터 한국영화만을 선호하며 보던 버릇이 이제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

이 책은 영화 이야기와 더불어 저자의 생활이나 생각을 녹여낸 에세이이면서 영화 이야기이다.(맞나? 나는 그렇게 느꼈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공감도 가게 된다. 영화가 좋아서 늦깍이로 영화과에 다닐때 졸업 영화를 찍어야 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예산을 줄인다 해도 턱없이 모자라 미리 축의금을 좀 보내주면 안되냐며 돈을 모아 간신히 졸업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물론 선뜻 보내준이도 있지만 어떻게 이런식으로 제작비를 모으냐며 거절한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영화는 너무나도 상업성만 바라보고 배우들의 몸값만을 올려주는게 아닌가도 싶다. 어떤 영화들은 아주 오랜기간동안 제작되지 못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제작되는 경우도 봤었다. 몇해전 영화 "귀향"이라는 영화에 딸아이의 이름으로 후원을 했던 적이 있다. 갑자기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그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이런 이야기가 2005년의 일이라 하니 지금은 감독의 가오가 있지라고 말한 누군가도 생각이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길고긴 설날연휴가 시작되었는데, 아무래도 여기 소개된 영화 한편이나 방구석 극장에서 관람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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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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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이며, 이 소설 < 우주를 삼킨 소년 >은 자전적 경험을 담은 데뷔작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생동감이 있었을까. 이 소설은 거친 삶 속에 놓여진 열 두살 엘리 벨의 성장 소설이다. 언젠가 "아이들은 주어진 환경에 놀랄정도로 빨리 적응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엘리와 형 오거스트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의 나이이다. 내 딸아이의 그 시절을 생각해 보면 마냥 어린것만 같은 나이이지만, 소설속 엘리에게는 어리게만 보이지는 않기도 하다. 아이들은 항상 어른들의 울타리에서 걱정 없이 컸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현실이나 소설속이나, 물론 이 소설은 저자의 자전적인 경험을 담긴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내심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 보면 띠지의 " 2021년 우리는 '엘리'와 한 번 더 성장할 것이다. <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제제'와 그랬든!"이라는 말을 엘리가 제제와 닮았다고 처음에는 생각했었다. 그래서, 읽어나가면서 제제보다는 엘리는 < 자기 앞의 생 >의 모모와 닮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와서 보니 나는 제제 이야기를 보면서 성장했고, 모모 이야기를 성장했고, 또 역시나 그렇듯 엘리를 보면서도 성장한 것 같다.


말을 잊은듯 허공에 글씨는 쓰는 형 오거스트, 마약에 빠진 엄마, 엄마를 마약에 빠지게 했던 장본인, 하지만 다시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던 새아빠 라일, 전설의 탈옥왕인 베이비시터인 슬림 할아버지. 그리고 책읽고 술 마시는 것밖에 없는 아빠. 어느날, 라일이 다른 마약 조직과 거래한 것을 알게된 보스인 타이터스가 엘리의 집으로 쳐들어온다. 라일은 그들에게 끌려갔고, 엄마는 마약거래 혐의로 수감되고, 엘리는 검지를 잘리게 되는 일이 생겼다. 형 오거스트는 친부인 로버트에게 보내진 것을 안 엘리는 병원에서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할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예요?"(p.223)

엘리는 곧잘 사람들에게 묻는다.


"나는 좋은 사람일까요?"(p.224)


그럼, 엘리 나는 좋은 사람일까. 자신이 좋은 사람인지, 새아빠 라일은 좋은 사람인지, 아빠는 좋은 사람인지? 참 어렵고도 힘든 질문이다. 나도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일테고, 어떤 사람에게는 나쁜 사람이지 않을까.


"난 좋은 사람이야." 슬림 할아버지가 말했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기도 하지. 누구나 다 그래, 꼬마야. 우리 안에는 좋은면도 나쁜 면도 다 조금씩 있거든. 항상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어려워.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안 그렇지(p.223)


엘리에 대한 답은 일찌감치 슬림 할아버지가 내어준게 아닐까. 정말로 이 소설을 읽으면 엘리와 함께 또 성장을 하는것만 같다. 제제와 모모와 함께 할때는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고 제발 그러지말자...라는 안타까운 맘이 있었지만, 엘리는 어쩐지 든든한 생각이 든다. 670여페이지나 되서 움찔했지만 한 번 잡으면 놓을수가 없는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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