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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과 금붕어
나가이 미미 지음, 이정민 옮김 / 활자공업소 / 2025년 9월
평점 :
조용히 읊조리는 듯한 잔잔한 소설이다. 얇은 소설이지만, 읽는데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어린날 학교에서는 색볼펜을 준비하고, 일률적으로 줄을 치며 의미하는 것을 받아적으며 그렇게 시든, 소설이든 읽어나갔지만, 어른이 되어서 읽는 책들은 나의 경험에 기반을 두면서 혼자 사색을 하면서 읽게 된다. 그 책들이 인문학이든 소설이든 그렇게 말이다.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가케이는 요양보호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을 한다. 아들이 2년전에 죽은지도 손자가 서른살이 된 사실도 말을 해줘도 금새 잊게 되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삶이 "행복했습니까"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할까. 아마도 3년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나는 수박 겉핥기만 되었을 것이다. 엄마는 "행복했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러했다'라고 말해주었을까. 지나고 나니 엄마한테 짜증내고 화냈던 일들만 생각이 나서 엄마를 힘들게 한 건 아니었는지... 다 커서 일한다고 엄마를 외롭게 하지는 않았었는지 늘상 고민하고 미안해왔었는데 말이다. '치매'라고 일컫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억을 조금씩 잊기는 한다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다. 90세가 넘도록 정신이 또렷했던 고모도 세상과 작별을 하시기 전 2달동안은 참 마음 아프게도 기억을 많이 놓치셨다고 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시작하는 것이 참으로 쉽지만은 않았다.
가케이의 삶이 그다지 평탄하지는 않았다. 어릴적 어머니의 죽음, 계모의 학대, 혼자 키운 아이 등 굴곡진 삶을 살아 왔었지만 때때로 자신을 위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을 힘들게 하는 그런 삶들도 있었다. 삶을 살면서 행복했는지 아닌지는 타인이 정할 것이 아닌것 같다. 다른 이들에게 보잘것 없어보여도 사랑받았고 행복했었던 기억들을 간직한 삶들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