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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괴이 너는 괴물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0월
평점 :
다양한 소재를 이 한권에 다 담았다. 동급생 습격을 쫓는 초등학교 명탐정을 다룬 「최초의 사건」에서는 설마 여기서 끝낼꺼야? 더 계속되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장편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집이라는 것을 보고, 이 이야기는 좀 더 길게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절멸을 앞둔 인류의 명운을 짊어진 범죄자를 다룬 「큰 손 악마」는 사실, 난해했다. 그래서, 역시 짧은 이야기는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는 겐가 했다. 하지만 연이어 등장하는 「나나코 안에서 죽은 남자」, 「모틸리언의 손목」, 「천사와 괴물」을 읽으면서 그만 이야기에 쏙 빠지고 말았었다. 내가 단편집에 대해서 리뷰를 쓸 때는 제일로 맘에 들었던 이야기에 대해서 언급을 하는 편인데, 「나나코 안에서 죽은 남자」를 언급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가 「모틸리언의 손목」을 읽을 때는 이 이야기가 제일로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싶기도 했다. 「천사와 괴물」을 읽을 때는 초반에는 그 맘이 변하지 않았지만, 결말에 이르렀을 때는 이 이야기가 제일로 마음에 들게 되었다. 작가는 그야말로 독자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필력을 가진게 아닐까 싶다. 이쯤 되면 제일 이해 못했다고 생각하는 「큰 손 악마」도 한번 다시 읽어봐야될 듯 싶기도 한다.
「나나코 안에서 죽은 남자」는 유곽을 휩쓴 연쇄 독살 사건은 죽은 남자와 함께 나나코가 사건을 해결하는 문제인데, 배경이 유곽이라 그런가 살짝 언급되는 단어들이 조금 수위가 있다. 수만 년 전 화석의 수수께끼를 다룬 「모틸리언의 손목」은 마법사 이야기 해리포터에서 보통 인간을 '머글'이라고 불뤼듯 먼 훗날 새롭게 등장한 생물종들은 인간을 '모틸리언'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스스로를 '인간', '사람'등으로 부르고 있는데, 훗날 우리를 일컫는 말이 달라질 것이라는것을 생각조차 못했었다. 사실, 공룡들도 지금은 없다보니 화석이 발견될 당시 "왕도마뱀"으로 불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재밌는 발상이다.
「모틸리언의 손목」이 꽤 인상적이었기에 「천사와 괴물」을 그다지 내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는데,결말에 도달하면서 이야기에 너무나도 흠뻑 빠져버리고 말았다. 세계 끝의 카니발 속에 '앨프 로크엘의 놀라운 세계의 진실 박물관'으로 향했던 홀리와 월트. 그 박물관에는 난장이, 샴쌍둥이 자매 등이 있었다. 홀리는 자신들이 이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한다. 아버지는 사고로 죽었고, 어머니는 둘을 버렸다. 홀리는 어릴적 사고로 머리의 오른쪽 절반이 무너졌다. 홀리는 자신을 돌봐주는 고아원의 노먼은 자신을 '천사의 아이'라고 칭한다. 그런데 예전에 '천사의 아이'를 잃은 적이 있어서 만일을 대비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지도 다치지도 않은 월트에게 문제가 생길까 홀리는 고아원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앨프는 그들을 받아줄 생각은 없었고, 홀리는 이 팀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예언을 남기고 고아원으로 돌아가다가 사고로 죽게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월트는 앨프의 팀에 받아들여졌고, 2년뒤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밀폐된 욕실에서 살인이 일어났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추리가 시작된다. 마지막 편지를 읽게 되면 홀리는 물론 앨프 팀의 팀원들의 서로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너무나도 애틋해서 이 이야기에 빠져들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