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하임 가는 길 - KBS 'FM 실황음악' 진행자 정준호가 이야기하는 음악과 예술
정준호 지음 / 삼우반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음악, 미술, 문학 등을 조금 가까이하다보니, 그것들이 별개의 분야가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미술 작품을 토대로 음악을 구성한 경우도 많고, 문학을 토대로 구성된 오페라도 많다. 또 문학 속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보았고, 그들은 문학 속에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솔직히 처음에 이 책은 음악에 대한 것만 소개하는 책인 줄 알았다. 작가 정준호씨는 음악 칼럼니스트로도 유명한 사람이고, 얼핏 책의 목차를 훑어봐도 음악적인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음악을 넘어선 다양한 분야의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었으며, 어떤 한가지 분야를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그 바탕에는 다양한 것들이 잇따라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난 하나의 오페라에 관심을 가졌을 뿐인데, 이 책속에서는 단순한 하나의 오페라 이야기를 넘어서 신화, 성서, 역사, 미술, 문학, 심지어 과학까지도 총체적으로 아우르고 있었다.

 

예를들면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걸작 마티아스 그뤼네발트의<이젠하임 제단화>는 힌데미트의 오페라에 영향을 주었으며, 힌데미트는 금세공사와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를 주제로한 오페라를 완성한다. 그뤼네발트의 그림 속에 나오는 '성 세바스찬'은 브람스와 드뷔시의 음악에도 소개된다. 이탈리아 작가 가브리엘레 다눈치오는 '성 세바스찬의 순교'로 작품을 기획하였고, 드뷔시가 음악을 담당하였다. '성 세바스찬의 순교'는 같은 주제의 음악과 미술 작품들이 여럿 존재한다. 이렇게 <이젠하임 제단화>를 시작으로 이야기는 쇤베르크, 스트라빈스키를 비롯하여 미국 매사추세츠의 찰스 아이브스라는 작곡가까지 넘어간다. 아이브스 이야기를 하면서 같은 시대 작가 에드거 앨런 포 이야기를 하며, 라흐마니노프와 베토벤의 작품 이야기 속의 포 이야기를 한다. 이쯤 이야기하니 숨이 차다..;; 이런 이야기의 연결은 급기야 지휘자와 연주자까지 이어진다.

 

이 책은  처음부터 단번에 아~ 하고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미술, 음악, 문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설명은 다소 산만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계속 읽다보면 앞서 이야기 한 내용이 뒤에 어떤 식으로든 관련지어 연결됨을 알게된다. 책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면서 확인을 해야 비로소 맥락이 이해가 되었다.  한가지 어떤 사실을 갖고 끝말잇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며 교차하는 설명은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동시에, 단편적인 지식을 확장시켜 주었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내가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음악적 감성 이외에 개인적인 발견이었고, 20세기 등장한 <표현주의> 예술 사조에 대한 것들이었다. 또 각 챕터 뒤에 나와 있는 관련 음반의 설명은 앞으로 음악을 듣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단순히 음악만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 책은 '종합예술서'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결코 쉽게 읽힐 책은 아닌 듯 싶다. 다방면(?)을 소개하고 있는만큼 다방면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관심과 지식 없이는 수준이 좀 난해하다. 나 또한 성서나 신화에 관계된 지식은 거의 없고, 문학적 지식도 짧으며, 이 책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해 설명하고 있는 오페라도 거의 모르는 것이라서, 오페라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고 있지만 도데체 뭔 이야기인지, 어떤 감정과 느낌의 곡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오페라와 관계된 문학을 읽고, 음악을 들은 후 이 책을 접한다면 더 이해가 쉽지 않을까 생각이다. 물론 그 일련의 작업은 내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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