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 - 최협 교수의 인류학 산책
최협 지음 / 풀빛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키스는 만국 공용어인가?

키스는 섹스와 마찬가지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성에 대한 사랑과 다정함을 표현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라고 생각했다. 또 그것이 세계 공통의 보통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애정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것은 지구 상에 현대 내가 속해 있는 집단에서만 인정되는 행위임을 알게 된다. 일부 사회에서는 키스라는 행위를 모르며,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키스의 관행을 발견할 수가 없다. 재밌는 이야기로 아프리카에 탐험 중인 백인이 현지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져 키스를 했는데, 그 소녀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버렸다고 한다. 그 소녀는 키스가 뱀이 먹이를 잡아먹을 때 혀를 낼름거리며 먹이를 축축히 하는 것을 연상했다고 한다. 백인 남자가 자길 잡아먹는 줄 안 것이다. 인류학적 문헌을 보면 백인들과 접촉하기 이전까지 키스의 관습이 없었던 종족이 많으며, 중국에서는 키스가 식인(食人)의 관습을 연상케 한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의 옛날 사람들도 키스를 몰랐을 것 같다. 

 

영어를 잘 못하는 친구가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그깟 영어 잘 못하면 어때? 만국 공용언어가 있잖아...손짓, 발짓, 표정으로 다 해결되더라구.." 라며 너스레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굳이 그 나라 언어를 잘 하지 못하더라도 느낌과 세계화된 문화로 서로 어느 정도는 통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좁은 식견으로 본 그만큼의 좁은 세계에서만 통하는 이야기임을 알았다. 일례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예'와 '아니오'의 몸짓도 다른 문화권에선 반대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세상은 넓고 나라도 많으며, 각 나라마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풍습과 문화는 각각 많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잣대로 아님 서구 문화의 보편화된 문명으로 상대의 문화를 평가하거나 잘못 이해하면서 우리는 많은 실수와 편견이 생긴다. 이 책은 인간들의 다양한 문화를 인류학적 관점에서 소개하고 있다.

 

남녀의 성차별과 성적 정체성, 성년의 사회적 의미, 세계 각국의 결혼 문화, 일본의 도시락과 미국의 햄버거의 음식 문화를 통해 인간의 의식구조가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까지....다양한 관점에서 문화를 해석한다.

 

가장 흥미있게 읽은 부분은 <야만에 대한 편견>으로 문명사회의 허위의식을 꼬집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흔히 '미개'라는 수식어를 붙여 일부 문화를 깍아내리는 편견을 갖는데, 그 '미개'라는 잣대가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인가? 우리가 상대 문화에 비해 우월하다는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일례로 야노마뫼족의 여아 살해 관습을 얘기한다. 우리나라의 옛부터 내려온 남아선호사상을 비교하면서 과연 어느 문화가 다른 어느 문화를 비판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꼬집는다. 문화적 상대주의의 관점에서 원시사회를 '야만적' '미개적'이라 부르는 것은 편견이며, 위선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다양한 문화의 이해를 통해 인류학이라는 내겐 생소한 학문에 조금 다가선 것 같아서 기쁘다. 문화와 인류와의 관계에 대한 내력도 이해할 수 있었고, 매우 일부분이긴 하지만 인류학과 구조주의의 관점에서 레비스트로스란 인물에 대해 알게 되었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문화든 각각의 다양성은 존재하지만 우열성은 가릴 수 없으며,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통해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그와 더불어 우리 문화 또한 바르게 이해하고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우리나라 사회에서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되는 것은 외국문화 특히 서구문화나 일본문화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다. 아파트나 상품 이름이 모두 외국어로 바뀌고, 외국 것은 세련되고 품격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반면에, 우리 것은 소박하고 조금 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늘어가는 것 같다. 물론 일부 우리 사회의 안좋은 경향이긴 하지만.... 분별과 안목이 필요할 것 같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문화에 대한 바른 이해일 것 같다. 우리 것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것에 호응하고 따라가는 일부 분별없는 사람들과 그것을 조장하는 대중문화가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앞으로의 문화중심 사회를 위해 우리 문화의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우리 문화에 대한 바른 이해와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같다. 우선 나부터 문화적 편견을 갖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책부터 계속 탐독할 생각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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