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과 일각수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권민정.허진 옮김 / 강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미술 작품을 보면, 그림 속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 된다. 몇 가지 미술 에세이를 통해 주워들은 이야기들도 있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작품들은 그저 상상할 수 밖에 없다. '저 여자는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있을까?' '저 남자는 왜 저런 포즈를 하고 있을까?' 등등... 이런 상상은 나로 하여금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나의 상상력은 단순히 그 그림 속에만 한정되어 있다. 눈으로 보여지는 것 이외에 또 다른 것을 떠올리는 능력은 부족하다. 내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글들을 감탄하는 이유는 바로 그녀의 무한한 상상력 때문이다.

 

그녀의 전작 <진주 귀걸이 소녀>는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 중에 손꼽을 정도로 사랑하는 작품이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통해 매혹적인 사랑이야기를 꾸몄던 그녀... 그 책속 이야기를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꽤 설레인다. 그 소설에서의 감동을 또 다시 떠올려보기 위해 그녀의 다른 작품을 찾게 되었다. 바로 이 소설 <여인과 일각수>이다.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것은 태피스트리 속의 여인과 일각수 모습이다. 다섯가지 감각(시각, 미각, 후각, 청각, 촉각)을 표현한 그림이다.

 

책속의 니콜라는 테피스트리의 밑그림을 그리는 화가이다. 하지만 그는 타고난 바람둥이에 난봉꾼이다. 매우 잘생기고 예술적으로 타고난 감각은 수많은 여성들을 자신 앞에 굴복시킨다. 어느날 귀족 가문의 태피스트리 제작에 대한 의뢰를 받고 여인과 일각수의 그림 작업에 들어가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니콜라는 이 일을 하면서 여러 여인들을 만나게 된다. 귀족 부인, 귀족 부인의 딸, 시녀, 테피스트리를 만드는 장인 부인, 그리고 그 장인 부인의 딸 등... 그 여인들을 유혹하고, 교류함에 따라 그림 속 여인의 모습은 그녀들의 모습으로 점차 수정되어 간다.

 

그녀들을 유혹하며 강한 남성적 역량의 과시한 것은 니콜라였지만, 그 욕망의 주체는 니콜라가 아닌 바로 그녀 자신들이었다. 그녀들이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었고,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그 여인들의 욕망과 성격 그리고 고뇌가 니콜라의 감성에 투영되면서 태피스트리의 그림은 점차 완성되어가고....난 그 그림 속에 그리고 이야기 속에 점차 빨려들어갔다.  

 

책속에 나와 있는 태피스트리의 그림들을 몇번이나 다시 들춰봤는지 모른다. 처음에 얼핏 봤을 때의 느낌과 이야기를 읽어 나가면서 나중에 그림을 봤을 때의 느낌이 너무나 다르게 와 닿았다. 일각수와 여인에서 느껴지는 모습들은 소설 속 이야기 만큼이나 굉장히 관능적이었다. 그녀들의 표정, 눈빛, 자태, 손끝 하나하나가 예사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 이것이 바로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무한한 상상력이 불러오는 예술적 카타르시스임을 느꼈다. 소설 속의 줄거리가 꽤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태피스트리를 통해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는 것이다.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서 난 태피스트리의 그림 자체에 매혹당했다. 이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을 날이 올지 모르겠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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