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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속절없다. 곧잘 공중에 흩어져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말이 나의 가슴에 들어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고 기억되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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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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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출신 할머니가 쓰시던 말투라 모든 내용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북미의 한 도서관. 부끄러움이 제 위치를 몰라 눈물이 퐁퐁 솟구쳤다.

어쩌끄나, 젖먹이 적에 너는 유난히 방긋 웃기를 잘했는디. 향긋한 노란 똥을 베 기저귀에 누었는디. 어린 짐승같이 네발로 기어댕기고 아무거나 입속에 집어넣었는디. 그러다 열이 나면 얼굴이 푸레지고, 경기를 함스로 시큼한 젖을 내 가슴에다 토했는디. 어쩌끄나, 젖을 뗄 적에 너는 손톱이 종이맨이로 얇아질 때까지 엄지손가락을 빨았는디. 온나, 이리 온나, 손뼉 치는 내 앞으로 한발 두발 걸음마를 떼었는디. 웃음을 물고 일곱걸음을 걸어 나헌테 안겼는디.
여덟살 묵었을 때 네가 그랬는디. 난 여름은 싫지만 여름밤이 좋아. 암것도 아닌 그 말이 듣기 좋아서 나는 네가 시인이 될라는가, 속으로 생각했는디. 여름밤 마당 평상에서 느이 아부지하고 삼형제하고 같이 수박을 먹을 적에. 입가에 묻은 끈끈하고 다디단 수박물을 네가 혀로 더듬어 핥을 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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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메밀꽃 필 무렵 다시 읽는 한국 근현대 문학선 5
이효석 / 더플래닛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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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공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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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메밀꽃 필 무렵 다시 읽는 한국 근현대 문학선 5
이효석 / 더플래닛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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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
 조 선달 편을 바라는 보았으나 물론 미안해서가 아니라 달빛에 감동하여서였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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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운수 좋은 날 스마트한 문학관-한국 근대문학 베스트 100
현진건 / 논리와상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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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처음으로 책 읽다 울어본 소설.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 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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