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오가와 사토시 지음, 최현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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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작가는 소설을 쓸 때 반드시 '이 소설에 통해 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를 집필 전에 정한다고 했다. 그 '물음'은 답이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시점을 얻거나 자신의 고정관념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일 때가 많다고도 했다.

나는 독자로써 이 책을 읽은 후에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를 나름 간파해 보고자 노력했다.

주인공은 구직활동 중 "당신의 인생을 원그래프로 표현하시오."라는 질문을 만나면서 시작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질문들을 거치면서 소설가로 거듭난다. 그 과정이 무척이나 집요하고 철학적이며 사색적이다.

소설은 여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연작이라 그 자체가 하나의 소설을 이룬다.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다. '프롤로그'로 시작해서 '수상 에세이'로 마무리되는 단편들은 주인공이 소설가가 되는 과정을 짜임새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읽으면서도 이게 소설인지 작가의 이야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물론 대부분의 작가들이 자신을 이야기 속에 투영한다고는 하지만 이야기는 어느 부분이 허구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주인공과 비슷하게 독서 리스트를 한참을 작성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너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순간 관뒀다. 독서를 좋아하면서도 내가 왜 책을 읽고 있는지, 독서의 의미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었다. 하지만 리스트 작성처럼 관두는 것은 실패했다. 그래서였을까? 주인공의 '독서'에 대한 정의가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는 책이라는 존재가 어리광쟁이 어린아이나 성가신 연인처럼 보인다고 표현했다. "나만 봐. 나에게만 계속 관심을 줘."라며 소리치는 참으로 오만한. 그러나 그 오만함 덕분에 우리는 한 권의 책과 깊은 부분에서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미련 없이 관둘 수 있는 성격인 내가 드물게도 독서는 미련을 부리며 놓을 수 없는 이유가 내 본성이 고독과 오만을 즐기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가와 사토시는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의 '이 소설에 통해 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의 답이 '소설가란 것은 어떤 것인가?'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책을 읽고 나는 이 소설이 '네가 바라는 성공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라고 묻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당신의 인생을 원그래프로 표현하시오."라는 난해한 질문 앞에 스스로 밀어 넣어본다. 아마도 주인공처럼 한동안 한참을 헤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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