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던히 고요해지고 싶어
이정영 지음 / 북스고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저는 웬만하면 내 삶에서 후회라는 낱말은 배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후회 대신 필히 거쳐야만 하던 ‘기억’이라 칭하여 좋은 것은 좋은 대로,

그렇지 못한 것은 그보다 나은 대로 현재의 삶에 적용하고 집중하며 삽니다.

책 한 권에서 삶에 도움이 되는 글귀 한 문장만 발견해도 그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여긴다.

이 책은 ‘프롤로그’에서 벌써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문장을 만나서 너무 좋았다. ‘프롤로그’만 읽어도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이 훈훈하고 따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불어 내가 추구하는 삶과 결이 같을 것 같다는 동질감도 들었다.

나도 후회라는 낱말을 싫어한다. ‘운명론’에 나에게 일어났어야만 할 일이었다 여기고 넘기는 편이다. 벌써 일어난 일에 대해 후회한들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이 지론이다. 그렇게 여기고 싶어도 잘 안 잊히는 것들은 그걸 하지 않았으면 더 나빠졌을 상황을 상상한다. ‘그렇게 했으니 이쯤으로 끝났을 것이다’ 여기는 것이다.

이런 소신(?) 때문인지 이 문장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기분 좋게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스스로 혐오할 정도는 아니었고, 그렇다고 나를 좋아하던 적도 잘 없지만,

뭐 아무렴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 거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며 지내오곤 했다.

나의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 뜨끔하면서도, 이해받는 것 같아 위안이 되었다. 딱 내가 저런 마음으로 살아왔다. 때론 살아 숨 쉬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가심을 느꼈다는 말에 공감한다. 늘 세상이 다정해지기만을 바랐던 것 같다.

나도 나 자신을 측은히 여기고, 나를 아끼고 치켜세우는 일에 신경을 써야겠다.

이정영 작가처럼 책 속에서 가슴에 와닿는 문장을 수집하고, 내 눈에 비친 예쁜 꽃의 꽃말을 되뇌고, 아기들의 웃음소리를 주워 담고……. 그러다 보면 나도 내가 좋아질지도 모르겠다. 또 그러다 보면 그름까지도 ‘그럴 수도 있지’라며 포용할 수 있을지도.

작가는 자신과 세계관이 비슷한 사람,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비슷한 사람과 서로 마주 보며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들려주고 싶다고도 했다.

나는 책을 읽어 나갈수록 작가와 세계관이 비슷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까지는 아니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비슷하다 느꼈다. 그래서 이 대화(독서)가 참 즐거웠다. 내가 보지 못했던 세상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뭔가 변한 것은 없는데도 세상이 훨씬 따뜻하고 정겹게 느껴졌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고 든든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