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는 처녀작인 『나목』을 40세에 썼지만, 20세 미만의 젊고 착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썼다고 했다.
『나목』은 박완서 작가의 처녀작이라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대치동 학원 스타강사와 제자 강사의 로맨스를 그린 <졸업>이라는 드라마가 방영 중이다.
그 드라마를 즐겨 보진 않았지만 4화 강의 장면은 너무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았다.
박완서 소설에 관한 강의 장면이었다. 주인공은 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박완서 소설을 읽히려 하는지, 왜 박완서 선생의 글이 수능 시험에 단골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박완서 소설이 너무 읽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이 더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역사에는 흥미가 없었던 내가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고 해방과 한국 전쟁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고 전쟁이 시민들의 삶을 그렇게까지 비참하게 짓밟을 수 있다는 사실에 느꼈던 공포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박완서 선생은 타고난 이야기 꾼이다. 시대 소설인데도 세대를 훌쩍 뛰어넘어 그 상황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나목』을 읽은 사람들이 주인공 옥희도가 故 박수근 화백이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한다.
작품 해설에서 『나목』은 박완서의 개인적 체험의 기록으로, 특히 박수근의 만남의 기록을 담은 작품으로 회자된다고 말했다.
『나목』의 끝 장면에서 이경은 남편과 옥희도 씨의 작품 <나무와 여인> 앞에 선다.
박수근 화백의 《나무와 여인(1956)》을 찾아보았다. 이 작품을 보고 있자니 옥희도 씨의 작품 앞에 서 있는 이경에게 동기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읽었을 때보다 박완서의 생을 이해하고 읽으니 이경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전시는 아니지만 참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해졌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암울하고 힘든 세월을 지나온 이경의 삶을 그린 이 소설의 제목이 ‘고목’이 아니라 ‘나목’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끝끝내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으며 좀 더 열심히 살아내고 싶다는 의지가 생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