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눈물 젖은 빵을/먹어보았는가?>의 내용이 참 기억에 많이 남았다.
K의 이야기가 안타까웠다. K는 더는 절망할 여력조차 없었기에 죽음을 택했을 것이다.
저자는 스스로 자신을 만든 것이 “눈물 젖은 빵”이었다 말한다. 그 빵을 씹으며 꿋꿋하게 살고자 했다고도 했다. 그리고 그는 절망의 힘을 믿는다고 섰다. 또한, 생존자가 된 것에 은근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태어남의 재난에서 도망가지 않고, 그것을 견디고 이겨냈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장석주와 카잔차키스와의 만남이 인상적이다. 이런 만남은 운명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작가는 카잔타키스와의 첫 만남을 영혼의 한쪽을 찢을 듯 천둥 같은 울림이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크레타섬 언덕바지의 카잔차키스 무덤 앞에 붉은 여름 꽃 한 송이를 바치며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하다.
평생 읽고 쓰며 살았다는 저자는 스스로 책에게 자신의 피, 시간을 바쳤다고 말했다.
그의 책을 읽고 있자니 그가 얼마나 문장들을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문장에 대한 통찰력과 그것을 풀어내는 능력도 대단하다. 그가 알려준 문장들은 모조리 다 찾아 원문을 읽어 보고 싶다는 갈증이 일었다.
쓰기와 읽기는 손바닥의 안과 밖이라고 말했다.
책들은 저마다 좋은 문장들을 품는다. 저자는 누구이든지 타인의 문장을 노트에 적는 습관을 경멸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나는 타인의 문장을 통해서라도 손바닥의 안을 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타인의 문장을 쉴 새 없이 노트에 적고 있는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