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성에서 유턴 열림원어린이 창작동화 4
이경아 지음, 조현아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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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새로운 음식도 남들이 다 먹어보고 괜찮다고 해야 먹고, 새로운 일도 남들이 해보고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되고서야 했다.

소설 속에 은별이, 바라데기, 무원이, 송이, 정우는 각자의 어려움을 안고 살고 있다. 그럼에도 각자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간다. 저자는 자신만의 길을 찾는다는 게 결코 외로움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이 아이들을 통해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서로에게 힘을 보태 주고, 길을 찾을 수 있게 서로 도와주기도 하면서도 한 길이 아닌 각자의 길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참 대견하다.

이혼한 부모를 원망하고 있는 은별이가,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해주기 위해 약수를 찾아다니는 바라데기를 만나면서 원망하는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부모를 원망하고 복수하겠다는 마음. 반대로 착해지면 부모님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이런 양가감정을 은별이와 바라데기를 통해 잘 그려내고 있는 것 같다.

이혼이 참 흔해진 세대이다. 어른들에게 이혼은 이제 흠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아이들에게도 그럴 것인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은별이와 몇 천년을 거슬러 은별이에게 와준 친구 바라데기는 시공간을 초월해 우정을 나눈다. 이는 시대와 상관없이 부모의 이혼은 아이들에게 큰 상처와 외로움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듯하다.

회전목마에서 내렸는데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엄마를 찾아 헤매다가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있는 엄마를 발견했다. ‘엄마!’ 달려가 매달리자 엄마가 나를 떼어 냈다. ‘너는 내 딸이 아니야. 저리 가! 어서!’ 엄마는 나를 놀리듯 아이스크림을 핥아먹으며 도망쳤다.

부모의 이혼으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은별이의 꿈 이야기이다. 나는 이 대목이 가장 안쓰러웠다. 꿈속에서조차 엄마에게 버려지는 은별이가 너무 불쌍했다. 꿈속에서라도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으련만……,

놀이동산에서 도둑으로 몰렸지만 쉽고 빠르게 사과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대신 스스로를 변호해서 당당하게 누명을 벗는 장면은 통쾌하고 멋있었다.

무원이와의 알콩달콩 러브라인은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요즘 청소년들은 효(孝)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진부하고 재미없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효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정, 로맨스, 판타지를 다 담고 있어서 재미있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효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신의 삶을 담담히 감당해 내고, 당당히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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