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고, 학력을 높이고, 돈을 많이 벌고, 견식을 넓히고자 한다. 그럼에도 지금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를 이 책은 2차적 문제에 대해 질문할 줄 모르기 때문이라 말한다.
2차적 문제에 대해 질문할 줄 모르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 모든 문제에는 단 하나의 정답이 존재한다는 미신에 빠져들기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부 진지한 사람들은 세상의 많은 문제에는 ‘답이 없다’, 즉 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또 다른 지혜로운 사람들은 문제의 ‘답이 하나가 아닐 수 있다’는 것, 어느 한 가지 답이 무조건 다른 답보다 더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아웃소싱’ 하기도 한단다.
나는 어디쯤에 해당할까? 역시나 다수의 사람들처럼 ‘하나의 정답’만을 쫓으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나마 ‘아웃소싱’까지는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하루 10분’이라는 제목만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가 흠칫 놀랐다. 《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만만한 책은 아니다. 책 두께에서부터 겁이 났다.
저자도 그런 독자의 마음을 예상했던 것 같다. 서두에 이 책은 분량이 적은 편이 아니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안심시킨다. 관심이 가는 문제나 흥미로운 챕터 혹은 익숙한 철학자나 저서가 나오는 곳부터 읽어나가도 좋다고 일러준다.
저자는 이 책을 《장자》 「외물」 편에 나온 “통발”에 비유했다. 철학자의 이름과 철학 유파, 명제, 대략적인 사상 등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면, 이 책은 잊어버려도 좋다는 의미이다.
다만, 그 후에 반드시 다다라야 할 목표는 원저작을 읽고 그 철학자의 사고 맥락 속으로 깊이 들어가, 2차, 3차, N 차 저자의 손을 거치지 않고도 해당 사유의 원래 참 맛을 음미하라 당부하고 있다.
이 책에는 삶에 대해 미치도록 성찰했던 47인의 철학자가 나온다. 책을 읽어 나갈수록 읽어봐야 할 원저작의 목록은 길어지고, 더 깊이 알아보고 싶은 사유들이 늘어만 갔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통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어떤 철학이 맞고, 틀리고의 관념에서 벗어나,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이런 사유의 원천은 무엇이었나? 더 나아가 같은 문제에 대한 나의 생각은 무엇이며, 내가 그렇게 생각해왔던 이유는 무엇인지 깊이 숙고해 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