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76세는 아직은 죽기에 이른 나이인 것 같다.
거기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나무관을 집 안에 두었다는 설정 자체가 매우 충격적이다.
이렇게 소설은 초입부터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뉴스에 하루가 멀다 하고 패륜 범죄들이 보도된다.
그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지도 않지만, 솔직히 삶이 얼마나 고단하면 저렇게까지 했을까 싶은 사연들도 영 없지는 않다.
그중에서도 치매 배우자를 돌보던 할아버지가 너무 힘든 나머지 할머니를 살해했던 사건이 떠오른다.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궁핍한 생활에 수입은 없는데, 치매 환자를 보살펴야 할 때 얼마나 막막할지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하겠다.
이 소설은 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이들의 벼랑 끝 선택에 관한 이야기이다.
명주는 엄마의 연금 때문에 엄마가 살아 계실 때처럼 좁은 집에서 엄마와 함께 살아낸다.
누군가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자신 있게 바로 신고하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너무 안타까워서 머뭇거리게 될 것 같다.
사실 너무나 무거운 주제라 걱정되었는데, 의외로 소설은 덤덤하게 잘 읽혔다.
소설을 끌고 가는 스토리 구성이 매우 치밀하게 잘 짜인 것 같다고 느꼈다.
이 소설을 읽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문장이 자꾸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이 말이 참 잔인한 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역시 세계문학상 수상작답게 너무 재미있었다. (왠지 재미있었다고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