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7월 31일 아침 코르시카섬 보르고로 정찰 비행을 나섰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자취를 감췄다. 그의 실종은 거의 60년 가까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가, 말도 안 되게 여러 상황이 겹친 끝에 그가 조정했던 미국 쌍발기 잔해를 지중해에서 발견하며 수수께끼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작가의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죽기 인 년 남짓 전, 유럽으로 재참전하러 떠나기 전에 짧은 글을 한 편 썼는데, 그 글이 바로 《어린 왕자》이다.
그런데 이야기 안에서 어린 왕자가 급작스레 죽는 것과 몇 달 뒤 생텍쥐페리가 갑자기 사라진 일은 놀랍도록 서로 유사하다. 생텍쥐페리와 관련해 발견된 것은 녹슨 비행기 잔해뿐이었고, 어린 왕자는 자기 몸이 ‘아무렇게나 버려진 껍데기’처럼 보일 거라는 말을 한 것도 유사해 보인다.
지금까지 그 어떤 작품에서도 생텍쥐페리와 어린 왕자의 운명을 평행선상에 올려 보는 시도를 한 적은 없다. 이 점에 착안해서 이 소설은 생텍쥐페리의 사라짐과 그의 주인공의 사라짐 사이에 존재하는 기묘한 유사점을 끄집어내어 보고, 재점검해 본다는 점이 매우 신선하다.
저자는 사실로 증명된 여러 요소들을 모두 모은 뒤, 지금껏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그것들을 배열해 놓았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수수께끼에 관한 증거들을 마음대로 활용해 보아도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직접 탐정이 되어 보고, 자신만의 열쇠로 풀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말한다.
어릴 때도 몇 번은 읽었고, 터울이 큰 딸들을 키우면서 함께 여러 차례 읽었다. 그럼에도 작가와 소설을 연관 지어 볼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이렇게 소설의 문장 곳곳에 흩어진 다양한 암시를 찾아내면서 읽으니 전혀 새로운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어 보았건, 읽어 보지 않았건 《어린 왕자》의 내용을 아예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누가 《어린 왕자》 읽어 보았냐고 물어보면 선뜻 대답이 잘 안 나왔다. 분명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내용을 질문하면 대답을 못할까 봐 움츠러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보니, 이제 자신 있게 《어린 왕자》를 읽었노라 주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호기심 많은 사람들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탐험가라면 누구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