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 - 벗겼다, 국가를 뒤흔든 흥망성쇠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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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나온 모든 이야기가 다 재미있었지만 첫 주제로 나온 메디치 가문 이야기는 잘 몰랐던 이야기라 특히 재미있었다.

역사도 예술사도 잘 모르지만 메디치 가문이 중세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유럽 최고의 로열패밀리였던 메디치 가문이 평민 출신이라는 사실은 몰랐었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던 중세 시대에 평민이었던 메디치 가문이 어떻게 정치와 경제는 물론 문화와 예술까지 쥐락펴락하며 유럽 최고의 권력자 반열에 오를 수 있었는지 무척 궁금하다.

메디치 가문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초석은 조반니 데 메디치가 세운다. 조반니 데 메디치는 25세가 되던 해에 피렌체에서 은행업으로 돈을 벌겠다는 결심을 한다. 이는 그의 인생(메디치 가문)을 뒤바꿀 중요한 선택이었다.

메디치 은행의 시작은 평범했다. 수익에 만족할 수 없었던 조반니는 메디치 은행을 피렌체 최고의 은행으로 만들기 위해 교황청의 전담 은행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기회(발다사레 코사)가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았다. 코사는 피렌체 은행에서 빌린 100억 원을 선거자금 삼아 추기경 자리에 올랐다. 이로써 코사는 교회의 대혼란기에 영리하게 기회를 잡았고, 조반니는 메디치 은행의 운명을 건 도박에 성공했다.

조반니가 쫓겨난 교황을 끝까지 도움으로써 바이럴 마케팅을 한 점은 놀랍다. 조반니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철저한 계산 끝에 요한 23세를 도왔다는 말도 있다지만, 의도가 어땠든 간에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대단한 것 같다.

1439년에 열린 ‘피렌체 공의회’가 코시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고, 이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 베노초 고촐리의 <동방박사들의 행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피렌체에서 이 그림을 재현한 ‘메디치 행렬’이라는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참석해 보고 싶다.

노예무역에 관한 이야기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알려고 하지 않았던 노예제도에 대한 진실과 큰 흐름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예무역으로 세워졌다고 봐도 무방한 런던이 노예 해방운동이 시작된 도시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했다. 노예 해방이라고 하면 링컨이 제일 먼저 떠올랐는데, 그에 앞서 월버포스라는 위대한 분이 계셨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노예무역이라는 끔찍하고 비도덕적 행위를 없애기 위해 반세기 동안 싸웠던 월버포스와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인류는 계속 발전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큰 흐름을 알려주기 때문에 역사라기보다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서사가 있는 큰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게 되니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금방 읽혔다. 같은 내용이라도 TV로 보는 것과는 색다른 맛이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책이 훨씬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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