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한자 - 인생의 지혜가 담긴
안재윤.김고운 지음 / 하늘아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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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고달플 때마다 찾는 절이 있다. 그 절은 너무 깊은 산 중에 있기에 웬만큼 힘들지 않으면 찾아가지 않는다. 몇 해 전에 삶이 너무 척박해서 다 내려놓고 싶은 심정에 굽이굽이 산을 타고 절에 올랐다. 산을 오르면서도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는 분노가 사그라들지를 않았다. 하지만 숨이 턱까지 차오르자 분노도 사라지고 어느새 무상무념 그냥 걷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마침내 만난 스님은 그냥 쉬다 가라고 했다. 여느 절에나 가면 드려야 하는 불공도 이 절에서는 패스다. 절까지 올라오는 것 자체가 불공이라 말씀하신다.

저자는 옛 글을 탐험하는 것이 마치 내가 절에 오르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스님이 내 문제가 무엇인지 묻지도 않고, 답해 주지도 않는 것처럼 옛 글은 그저 거기에 있다. 옛 글을 탐험하면서 스스로 나에게 필요한 답을 구하는 행위이다.

옛 글을 탐하고 싶지만 한자와 한문으로 되어 있기에 녹록지 않다. 잘 번역된 글이 있지만, 온전한 의미를 알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말 좋은 글은 한자와 한문을 익혀 그 의미를 음미하는 과정도 즐거움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인생의 지혜가 담긴 아침 한자』는 나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책이었다.

우리말 번역만으로는 아쉬운 부분을 한자와 한문을 풀어 익히면서 채워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나의 SNS 이름 옆에는 ‘지족(知足)’이라는 단어가 적혀있다. 노자의 지족불욕(知足不辱), 지지불태(知止不殆)에서 따온 말이다.

이 글을 읽자마자 너무 와닿아서 줄곧 나의 좌우명처럼 새겨둔 말이다.

책의 처음 글자 ‘욕’을 익히면서 이 문장을 다시 만나서 더 좋았다.

이 책은 대학에서 한문학을,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공부한 안재윤과, 20여 년간 동양 고전의 깊은 곳을 자세히 탐구해온 김고은이 함께 지었다.

책과 함께 그저 아침마다 한두 문장씩 옛 글을 한문으로 풀어 익히다 보면, 책 끝머리에서 한자에 담긴 삶의 이치를 어렴풋이 깨닫게 될 것이라 말했다.

책을 읽어본 독자로써 이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저 아침에 잠시 짬 내서 한두 문장씩 익힌 것뿐인데 그로 인해 얻은 것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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