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마흔 수업 -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당신을 위한
김미경 지음 / 어웨이크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절판


30대까지 선택에 집중하는 중이라 내가 어떤 ‘판’을 만들고 있는지 조망하거나 앞날을 제대로 내다볼 수 없고, 마흔이 넘어야 마침내 내가 만든 판, 내 인생의 배치도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 말에 일면 수긍하면서도, 어떤 부분은 공감하지 못하겠다. 30대까지는 내가 어떤 ‘판’을 만들고 있는지 조망하지 못한다는 말에는 당연히 수긍하지만, 나는 마흔의 끝 지점에 서 있으면서도 아직 내 인생의 배치도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기에 뒤에 말은 공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내 인생의 배치도에서 무엇 하나 함부로 뺄 수 없다는 점은 같은 마음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설프고 보잘것없을지도 모르지만, 저자의 말처럼 각자의 명분을 가지고 입체적으로 얽혀 있으니 이것을 빼면 저것이 무너질 것이다. 

김미경은 이렇게 다 떠안고 가기에는 힘이 부치지만 줄일 것도, 뺄 것도 좀처럼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40대가 되면 옴짝달싹할 수 없는 감옥에 갇힌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40대인 나도 이 답답함에서 벗어나 내 인생의 배치도를 어떤 식으로 그리면 좋을지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절실하다.

그녀는 40대를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건너왔기에 이 책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TV를 통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봐왔던 터라 그녀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 신뢰감이 든다. 그 시간을 먼저 지나온 선배의 위로와 조언을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마흔이 넘도록 나잇값을 못 하는 것 같아 우울했고, 이제는 정말 늦은 것 같아 불안했다.

첫 장부터 이심전심, 내 마음을 너무 잘 알아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다. ‘우울’과 ‘불안’은 터줏대감처럼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단어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그녀는 잘 살아왔으니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라고 응원한다. 잘못된 건, 마흔에 모든 걸 이루고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고정관념 딱 하나뿐이라고 말한다. 이 고정관념 때문에 우울하고 힘들다는 것이다.

더불어 세상이 변했고, 시대의 속도가 변한 만큼 40대를 완전히 재정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40대는 인생 정산을 할 때가 아니라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볼 두 번째 기회를 잡을 때라고 했다.

믿을 만한 멘토가 이렇게 말하니 불안감은 잦아들고, 뭔가 시작하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지금이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시 오지 않을 나의 황금기를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고 다짐한다.

김미경 교수의 강의 영상을 N 차 찾아보는 펜이다. 그녀는 정말 말을 너무 잘한다. 그런데 말만 잘하는 게 아닌 것 같다. 글도 이렇게 잘 쓰다니 정말 대단하다. 예전에 《언니의 독설》도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때보다 글이 더 성숙해진 느낌이다. 

저자는 책에서 우리 세대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첫 세대여서,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인생 선배가 많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김미경이라는 인생 선배가 있어서 너무 든든하다. 

김미경 교수가 60대, 70대, 80대, 90대, 100대까지 먼저 살아 본 이야기를 계속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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