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기린 편지 - 아동문학가 이수경의 동화 같은 일상 이야기
이수경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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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칠전 늦은 밤에 듣게 된 시아버님의 부고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안 그래도 시댁이랑 원거리에 터를 잡았는데, 조급한 마음에 시댁까지 가는 길이 더 멀게만 느껴졌다. 나도 이럴진대 임종도 못 지킨 아들의 마음이 어떨지 감히 짐작도 가지 않았다.

고인이 된 아버님과 마주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생의 마지막 날, 단 하나 간직하고 떠날 수 있는 건 돈도 보석도 아닌 사랑뿐이라는데…….

부디 큰 사랑 간직하시고 영면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했다.

이수경 작가는 들어가는 글에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꽃기린 편지》가 씩씩한 마중물이 되어 더 많은 사랑을 끌어올릴 거라고 말했다.

꽃기린을 찾아보니 쉽게 볼 수 있는 다육식물이었다. 마다가스카르가 원산지인 꽃기린은 고난의 깊이를 간직한다는 꽃말을 가졌다. 

저자는 내 괴로움은 다 잊고, 상대의 고로움은 죄 찾아내 품는 사랑, 그 사랑만 채워 《꽃기린 편지》를 엮었다고 한다.

<따뜻한 세상을 배송합니다>라는 글을 읽고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했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인터넷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훈훈한 이야기 모음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왜 주책없이 코끝이 찡해지는지 나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이 아빠를 돕겠다는 기특한 마음 때문인지, 죄송하다고 쓴 단정한 글씨체의 쪽지 때문인지, 달달한 케이크로 고마움과 졸업 축하를 전하는 저자의 마음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멋진 하모니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버지를 보낸 신랑이 안쓰러워 조금 울었다.

가댁질(아이들이 서로 잡으려고 쫓고, 이리저리 피해 달아나며 뛰노는 장난), 고비늙다(지나치게 늙은 데가 있다), 조붓하다(조금 좁은 듯하다), 크렁하다(눈물이 눈가에 넘칠 듯이 그득하다) 등 처음 접해보는 우리말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아가는 재미도 특별했다.

본문을 읽으며 생소한 우리말이 어떤 의미인지 유추해 보고, 뒤에서 의미를 찾아보며 정확하게 익히니 기억에 더 잘 남는 것 같았다.

아동문학가인 이수경 작가는 《어른이 읽는 동화》로 어른들에게도 꽤나 친숙한 작가이다.

동화를 짓는 작가님의 글이라 그런지 수필인데도 동화같이 아름답다.

일상의 이야기를 적었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럽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감탄스러웠다.

마음이 조금 허했는데 이 책을 읽고 많은 위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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