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미술 - 무섭고 기괴하며 섬뜩한 시각 자료집
S. 엘리자베스 지음, 박찬원 옮김 / 미술문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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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관리도 실력입니다》의 함규정 작가는 세상에 음과 양이 있듯이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골고루 느낄 수 있어야 건강한 것이라 말한다. 또한 감정은 숨길 수 없으니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무시하려고만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만화가 제임스 서버는 주변을 밝히는 불빛과 오히려 주변을 어둡게 하는 불빛, 이렇게 두 종류의 빛이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어둡게 하는 불빛은 ‘오로지 긍정 에너지’만을 주장하는 가짜 빛이라고 한다. 

『어둠의 미술』은 우리가 가짜 불빛 대신 어둠을 똑바로 직시하고, 용감한 호기심을 가지고 주변을 밝히는 불빛과 함께 어둠 속으로 뛰어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여정에 있어서 섬뜩한 그림을 넘쳐나도록 그린 예술가를 든든한 지원군으로 추천했다.

이 책에 나온 작품들에 담긴 아름다움과 진실은 우리가 겪는 괴로움의 보편성을 보여주고, 인간 밖 미지의 존재와 약간의 거리를 두도록 도와준다.

이제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의 정신을 괴롭혀 온 불안과 혐오, 긴장과 공부를 반영한 예술작품의 갤러리에 들어설 것이다.

내면의 악마, 그리고 가장 깊고 어두운 감정들과 마주한다고 생각하니 사실 조금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안 보고는 못 견딜 것 같다. 공포 영화에 보면 두려움에 떨면서도 꼭 확인해서 험한 꼴을 당하는 주인공처럼 말이다.

책은 우리가 어두운 반쪽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온전한 인간이 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작품 대다수가 매혹적이며, 상당히 아름다우면서도 불편하고, 충격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작품들이 단지 공포를 위한 공포를 전달할 의도가 아니라, 이는 전개될 내용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말했다.

이들 작품이 다루는 주제와 모티프 전반은 괴로움과 불편함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지만, 미리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숙독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호사가들 사이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그의 아파트 벽에 걸었다고 전해지는 그림 헨리 퓌슬리의 <악몽>이 인상적이었다.

초상화나 풍경화, 문학과 역사를 묘사하던 18세기 후반에 이렇게 기이한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짐작이 된다. 

퓌슬리는 이 작품으로 유명해지고, <악몽>은 공포의 아이콘이 되었다. 또한 여러 세대 동안 신비의 영감이 되고 상상력을 자극했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이 책의 목적은 매우 선명하다. 독자들이 어둠을 부정하는 대신 어둠과 연결점을 만들고 거기서 찾을 수 있는 모든 경이로움과 영감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감정은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커진다. 물론 그 감정 중에서 두려움도 포함된다. 내면의 악마와 어두운 감정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외면하거나 방치하기보다는 직면해서 제대로 다스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생각한다. 예술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데 용기를 주는 훌륭한 도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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