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사회 활동은 줄어들고, 관계의 폭도 좁아지는 것 같다.
가끔은 외롭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만남을 가지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관계에 따르는 피로감보다는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더 좋다.
이 책은 집이 더 좋은 사람, 내향적인 사람, 조심성 많은 사람처럼 세상살이를 하는 데 다소 서투르거나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주인공이다.
마치 내가 주인공인 것 같아서 마음에 쏙 들었다.
책의 서두에 이 책은 심리학 책도 아니며, 사회 불안증을 위한 치료법이 담긴 책도 아님을 밝힌다. 이 책은 단지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 내향적인 사람, 낯을 가리는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사회 생존 안내서’라고 한다.
이 안내서를 끝까지 읽는다면 모임에 나가기 전에 가방에 챙겨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친근함을 유지하면서도 거리를 지키는’ 기술을 연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술 한 잔을 요령 있게 거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는 상황(모든 상황을 다루지는 않았지만)에 맞춰 유머를 어떻게 구사하는지 알게 된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다. 더군다나 본문 중간중간에는 사회 생존에 필수인 조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 페이지도 있어서 유익했다.
저자는 우리가 어떠한 고립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유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우리보다 털복숭이었던 먼 조상들의 유전적 유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다 말한다.
철저하게 검증된 혼자 있기 팁에서 냉소적으로 웃기의 효과가 101%나 된다는 내용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효과가 확실하다고 해도 나처럼 소심한 사람이 미친 사람처럼 실실거리고 웃을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실행하기 힘들 것 같기는 하다. (혼자 있기가 필요한 순간 이 내용이 떠오른다면 가능할지도…….)
<재미있는 대화를 시작하는 팁>에서 최악의 멘트 중 하나가 눈에 띈다.
“이 《사회 생존 안내서》 읽어 보셨나요?”이다. 그 안내서를 읽은 사람은 여러분밖에 없으며,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다고 약점을 광고한다면 호감을 얻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정말 못 말리는 익살꾸러기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이 책을 읽었다는 사람을 만나면 오히려 몇 시간이고 재미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저자 특유의 익살과 재치가 돋보이는 책이라고 느꼈다.
이 책의 주요 독자가 소심하고 내향적인 사람임을 감안하면 작가의 이런 유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대수롭지 않은 듯 가볍게 말하지 않고, 관계는 꼭 필요하며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오히려 겁을 잔뜩 집어먹고 집 안에 틀어박히는 기질로 돌아가는 부작용을 일으켰을 것이다.
재미있게 읽다 보면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들이 통하는지 실험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 뭐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보자’라는 의욕도 생길 수 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그렇게 대인관계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관계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