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마저 인생이 그저 운이라 말한다면 나의 현재 모습과 상황을 과연 내 책임이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테오프라스토스가 『칼리스테네스』에 쓴 ‘우리의 인생을 지배하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 티케다’라는 말은 내 의문에 대한 매우 노골적인 대답인 것 같다.
책은 초입부터 독자들을 의아하게 만든다. 운은 없다고 큰소리치던 작가는 오히려 신화와 철학자들을 들먹이며 운의 역사사가 얼마나 유구한지 구구절절 늘어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이론을 하나하나 파헤치고 반례를 통해 그 허점을 밝혀낸다.
운에 대한 철저한 믿음을 먼저 상기시킨 후 완벽하다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고 균열을 주는 방식이다.
이는 매우 훌륭한 전략인 것 같다. 단단한 것이 깨질 때의 통쾌함과 후련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운이 있다, 없다 또는 믿건 말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운이란 우리 자신의 행위이며,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한 우리 자신의 관점이라는 말은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운이 존재한다고 한들 우리가 운에 마구 휘둘릴 이유는 없다. 나에게 나쁜 일이 생긴 것은 조상 탓도, 운이 나빠서도 아니다. 내 탓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 뜻밖의 좋은 일이 생긴 것도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이런 마음으로 운이라는 개념으로부터 해방되자.
운을 놓아버리면, 세상 속에서 주체적으로 행위 하는 존재로서의 우리 위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요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