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란 무엇인가 - 행운과 불운에 관한 오류와 진실
스티븐 D. 헤일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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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1월 1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2023년)는 운수 대통하면 좋겠다.

인터넷으로 나의 한 해 운을 보았다. 좋은 말도 있고 조심해야 할 것도 있고…. 그래서 좋다는 것인지 나쁘다는 것인지 모호하다.

누구나 불운을 두려워하고 행운을 기대한다. 저자는 우리가 주변 세상에 대해 알고 이해하는 것조차 우리 자신의 기특한 노력이 아닌 그저 운이 좋아서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주변 상황을 예측하고 통제하려 애쓰며,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내다보려 한다. 또한 우리의 삶을 스스로 이해하고, 우연과 스스로의 성취를 구분하려 한다. 

운과 관련한 학문은 많다. 역학, 사주, 명리학, 점성학, 과학까지. 하지만 뚜렷하게 운의 원리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스티븐 D. 헤일스는 운을 정복할 수 없다고 단정한다. 왜냐하면 운 같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애당초 운이란 끈덕지고 골치 아픈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결코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워왔음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플라톤은 『국가』 ‘에르의 신화’에서 ‘다른 인생을 선택하면 반드시 인격도 달라진다’라고 했다. 우리가 어떤 유형의 인간이 될 수 있는가는 어떤 유의 인생을 살고 있고 어떤 환경 속에 있는지에 따라 대부분 결정된다.

이렇듯 우리 인생의 패턴과 결말이 운명과 필연에 묶여 있다는 생각은

인생이 우연한 운에 휘둘리거나, 아니면 우리의 자유 의지로 통제된다는 개념과 충돌한다.

플라톤마저 인생이 그저 운이라 말한다면 나의 현재 모습과 상황을 과연 내 책임이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테오프라스토스가 『칼리스테네스』에 쓴 ‘우리의 인생을 지배하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 티케다’라는 말은 내 의문에 대한 매우 노골적인 대답인 것 같다.

책은 초입부터 독자들을 의아하게 만든다. 운은 없다고 큰소리치던 작가는 오히려 신화와 철학자들을 들먹이며 운의 역사사가 얼마나 유구한지 구구절절 늘어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이론을 하나하나 파헤치고 반례를 통해 그 허점을 밝혀낸다. 

운에 대한 철저한 믿음을 먼저 상기시킨 후 완벽하다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고 균열을 주는 방식이다.

이는 매우 훌륭한 전략인 것 같다. 단단한 것이 깨질 때의 통쾌함과 후련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운이 있다, 없다 또는 믿건 말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운이란 우리 자신의 행위이며,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한 우리 자신의 관점이라는 말은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운이 존재한다고 한들 우리가 운에 마구 휘둘릴 이유는 없다. 나에게 나쁜 일이 생긴 것은 조상 탓도, 운이 나빠서도 아니다. 내 탓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 뜻밖의 좋은 일이 생긴 것도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이런 마음으로 운이라는 개념으로부터 해방되자. 

운을 놓아버리면, 세상 속에서 주체적으로 행위 하는 존재로서의 우리 위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요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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