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평균 수명이 84.6세라고 한다.
이제 겨우 반을 조금 넘게 지나왔는데, 선뜻 무슨 일을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라 여기진다.
『기빙』의 저자 임미원은 50대 후반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세컨드 라이프를 개척해서 제2의 인생에 성공했다.
그녀의 용기와 성공 노하우를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다.
그녀가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게 해준 힘은 감사였던 것 같다.
인생의 내리막길을 만나 크게 좌절하고 있을 때 우연히 보게 된 닉 부이치치의 유튜브 영상을 계기로 저자는 만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그 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것 같다.
또 다른 힘은 실패를 경험한 탓에 전공 하나로 평생 벌어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점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본업을 구분 짓지 않고 과감하게 새로운 경력을 시작하는 일에 도전해 가는 중이라고 하는데,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으면 도전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50대 중반 초등학교 여선생과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주변 시선이 따갑게 느껴지고 ‘돈이 궁하니까 나이 들어서도 꾸역꾸역 나오는 거겠지’라고 말하는 눈빛으로 읽혀서 퇴직을 고민하는 내용이었다.
나도 직장인이라 많이 공감되었다. 일은 재미있고 즐거운데 나이 들어서도 직장에서 자리 지키고 앉아 있는 것이 민폐를 끼치는 듯한 기분을 자주 느낀다.
이 고민에 저자는 나이 들었다고 회피하지 말고 지금보다 좀 더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키오스크 주문에 실패하고 스스로 초라하게 느꼈던 자신의 일화와, 그 후 이것저것 배우기 시작하면서 젊은이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걸 느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새것도 배우고 적절히 좋은 것을 선택하다 보면 자존감도 올라가고,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진짜로 사람들이 나를 따가운 시선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선은 내 것이 아니다. 내 것이 아닌 시선 때문에 내가 괴로워하며 살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좀 더 당당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등학생이 된 아들에게 어렸을 때 상처 준 일을 진심으로 사과하는 내용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일이 있다면 꼭 풀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밝아졌다는 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딸들에게도 무심코 한 나의 언행들로 상처를 받은 일은 없는지,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말을 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저자는 50대 후반에 만난 실패의 경험이 자신을 새롭게 만드는 발판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실패에서 얻어낸 값진 깨달음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실패 후 멋지게 재기한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성공신화를 담은 글은 아니다. 하지만 성공신화보다 더 값진 인생 후반에 꼭 알아야 할 지혜가 담긴 책이라 오히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