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 인생 절반을 지나며 깨달은 인생 문장 65
오평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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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후반에 접어들자 세상의 시계가 아닌 자신만의 시계에 세상을 맞추며 살아보고 싶어졌다고 한다. 

남아 있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청춘 시절 고민보다 더 복잡하고 난해하기까지 한 이 주제의 숙제를 가지고 인생 2 막을 시작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내 숙제의 답도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라는 인류학 책에서 한국 사회는 특히나 생애 주기에 따른 과업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글을 읽었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성장 배경 때문에 유독 똑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회가 되었다고 한다.

씁쓸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이상 어찌해볼 방도가 없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타인의 시선에 어긋나지 않는 일, 가족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일을 하며 살려고 노력했고,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인생 후반, 인생 2 막은 내 맘대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이는 것도 사실이다.

<버려야 할 것, 지켜야 할 것>이라는 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글의 요지는 이제는 꼭 가져야 할 최소한의 것만 두고 나머지 손가락을 풀어 과감히 놓아 버려야 할 때라는 내용이다.

지금 손에 쥔 것을 가지려고 청춘을 바쳤고,

가족이 원할 때 곁에 있지 못했으며,

개인의 삶과 안락도 포기했는데,

어찌 쉽게 놓을 수 있을까.

이 문장을 읽는데 갑자기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정신없이 살고 있었다.

나는 일단 내가 뭘 쥐고 있는지, 무엇을 쥐기 위해 달려왔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자고로 청소와 정리는 모든 것을 펼쳐놓는 것부터가 시작이니까.

<나이 들수록 둔감해져야 한다>는 글도 기억에 많이 남았다.

나쁜 일은 바로 잊어버리는 힘, 설교는 한 귀로 흘려버리는 힘, 언제 어디서라도 잘 자는 힘, 이런 능력이 바로 둔감력이라고 한다. 

복잡한 세상을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살아가기 더 힘들다는 말에 공감한다. 

둔감력을 키우는 것이 어찌 보면 현명하게 살아가는 지혜라는 말이 와닿았다. 

나도 오늘부터 둔감력을 좀 키워봐야겠다.

가볍지 않은 주제인데 시처럼 구성되어 있어서 좋았다. 

길고 자세한 설명이 아니라, 함축적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어서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도 좋았다.

아직 내 숙제를 끝내지는 못했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숙제를 해볼 엄두가 생긴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제목처럼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잘 익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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