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속되고 싶다
호란 량 지음, 박은영 옮김 / 사유와공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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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요소와 직면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보호를 받는다고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솎아 내는 것은, 명분이 무엇이든 우리와 ‘그들’을 구분 짓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자는 우리가 정신 건강에 관해 두려워하는 이유는 우리 역시 언제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정신 이상’을 겪을 수 있는 똑같은 인간 조건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고한 택시 기사를 단지 돈 때문에 살해한 뒤 먼저 살해 한 애인의 집 옷장에 순간 사건이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나는 그 뉴스를 보고 범인이 너무나 평범(?)한 얼굴을 가졌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내 주변에 평범하게 어울려 사는 사람들 중에도 잠재적 범죄자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공포스러웠다. 

그 살인범이 여름에 고양이를 학대하며 즐거워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많은 사람들이 그가 원래부터 폭력적이고,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사이코패스이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느낄 정도이다.

이런 것만 보더라도 사람들은 우리와 ‘그들’을 구분 지어야만 안심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저자 호란 량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의학과 실험 심리학을 공부한 후, 정신과와 아동 정신 의학을 정공했다. 현재 영국 런던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병원에서 아동 및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로 근무 중이다. 특히 신경 발달 장애 중 투렛 증후군,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및 지적 장애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호란 량은 임상의이자 한 인간으로서 매일, 매달, 매년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그들이 하는 이야기 속에 드러난 공통된 환경에 관한 주제였다고 한다. 바로 그들이 가족 안에서나 학교나 직장에서 또는 사회에서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웃사이더’가 되는 느낌이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많은 환자가 그녀에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치스러운 생각에 대해 털어놓았는데, 그들 중 놀라울 정도로 많은 수가 그 수치스러움이 부모가 화가 나서 내뱉는 말, 형제자매의 빈정거림, 놀이터에서 들은 조롱 등 단 한마디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환자들의 경험을 통해 저자는 정신적 웰빙을 지킬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적 취약성보다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 속하는가’하는 정체성에 대한 감각과 소속감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사회, 정치적인 것에서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우리 중 많은 사람이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한다고 느끼는 이유에 대해 알려준다. 문제의 뿌리를 인식하고 이해함으로써 자기 수용감을 가질 만한 방법을 알려준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1부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맺고 있는 연결이 어떤 식으로 손상될 수 있는지를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왜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 보다 연결의 결핍으로 인한 고통에 더 취약한지를 살펴본다. 마지막 3부에서는 우리가 개인과 사회에 도움이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알아본다.

책을 읽고 어린 시절 양육자가 아무 조건 없이 오롯이 지지해 주는 자세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소속감이 인생의 질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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