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김봉철 지음 / 문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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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무력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 당시 나 자신이 너무 무기력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힐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이 무력감은 어디에서 왔는지, 왜 갑자기 이렇게 기력 해졌는지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나를 무기력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무기력하다는 것은 자신이 무기력하다는 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아닐까? 아무튼 그런 저런 생각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져서, 그 생각들을 없애려고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는 무기력을(내가 무력감에 빠졌었다는 가정하에) 독서로 이겨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무력감에 대한 글이 무척 흥미로웠다.

자기 자신이 느끼는 무력감에 대하여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무력해야 하는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최선을 다한 무력감에 대한 묘사야말로 모순이고 가장 우스운 일이 아닐까 싶다.

나는 독립출판으로 낸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를 통해 김봉철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 후 그의 글이 너무 좋아 《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웨일 북, 2020)》과 《작은 나의 책(수오서재, 2021)》도 찾아 읽었다.

그의 글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다거나, 자신이 이상하게 보일까 봐 숨기고 주저함이 없다. 정말 지질하고, 못난 자신의 모습과 자기 가족의 치부도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나의 지질함과 무능함에 몸서리칠 때 김봉철을 떠 올리면 왠지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 잘하고 못하고가 뭐가 중요한가?’, ‘남의 시선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하는 배짱이 생긴다.

이번에 출간된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도 처음 그가 독립출판으로 냈던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와 내용은 같다. 단지 구성과 편집 부분에서 좀 더 세련됐다는 것이 달라진 부분이다. (표지도 훨씬 고급 지게 바뀌었다.)

출판 쪽으로는 알지 못하기에 뭐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책으로 내주겠다는 출판사가 없어서 사비로 독립출판했던 책이 당당하게 정식 출판된 것만 봐도 그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증명해 준다.

원래 읽었던 책이라 내용을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글에 많은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 다들 어려운 시기(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모든 면에서)이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자신감 충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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