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아프리카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카렌(《아웃 오브 아프리카》 작가 카렌 블릭센)의 삶을 먼저 소개했다. 자신도 아프리카에서 살아보지 않았다면 카렌의 삶에 공감할 수 없고,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사람들을 알 수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사파리란 말은 원래 동아프리카권에서 사냥을 나가는 것 혹은 집에서 나와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을 의미한단다. 사파리를 《아프리카 방랑》의 작가 폴 서루는 ‘연결되지 않은 곳으로의 여행/오직 나만의 여행’이라 정의했다.
‘뜻밖의 케냐’로 사파리로 오는 사람들은 뜻하지 않게 케냐를 오게 되었지만, 사파리에 케냐에 오기로 한 뜻이 들어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해영 작자도 1990년 2월 ‘뜻밖의 아프리카 사파리’를 떠났고, 아프리카가 인생의 경칩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후 어디서 무엇을 해도, 지구 어느 곳에서 살아도,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인생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김해영 작가야말로 사파리에서 케냐에 오기로 한 뜻을 깨달은 모양이다.
김해영 작가는 아프리카에서 10살 소년(?)이 된다고 한다. 키가 작은 성인 어른, 아주머니, 그것도 가까이 가면 안 되는 이상한 아주머니로 보는 한국 아이들의 시선과는 사뭇 다른 아프리카 아이들의 순수함에 읽는 사람도 미소가 지어진다.
김해영 작가는 한국에 있으면 마음 아픈 일을 계속 만나게 되고, 아픈 마음을 느끼지 않으려고 애써야 하거나 짐짓 아프지 않은 척하고 살아야 하는데 아프리카에 있으면 마음이 덜 아프고, 오히려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김해영 작가가 아프리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행복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마음이 너무 아프니까 그것을 피하려고 그곳에 갔다는 말은 공감은 됐지만 마음은 아팠다. 한국도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구분 짓지 않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 부모의 방치, 엄마의 학대, 아버지의 죽음, 초졸, 가출, 식모, 공장 노동자. 모두 열네 살 가출 소녀였던 저자가 가진 지독한 결핍들이었다. 이러한 종류의 결핍은 한 아이의 심성과 영혼을 파괴할 뿐 아니라 좋은 인성을 키우는 데는 너무나 척박한 환경이었지만, 저자는 그보다 더 척박한 아프리카에서 스스로를 살려낸다.
여러 개의 기술 금메달을 따도, 뛰어난 기술자가 되어도 여전히 ‘척추장애인’ 범주에 갇혀 있던 불행을 아프리카 사람들의 따뜻한 말들과 마음이 걷어냈다.
김해영 작가의 어린 시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정의하고 부당하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지켜낸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김미경 교수, 김창옥 교수, 이지선 작가가 왜 적극 추천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삶이 불행함을 환경 탓, 조건 탓, 부당함 때문이라 불평불만을 하고 있다면 우선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얼마나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삶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인생의 사파리, 오직 자신만의 사파리를 떠나는 데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