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학 필독서 50》은 지식의 토대인 철학 분야에 크게 영향을 끼친 50권의 책을 뽑아서 주요한 철학자와 핵심 사상을 한 권에 정리한 책이다. 고대의 플라톤부터 현대의 마이클 샌델까지 2500년 철학사를 한 권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철학 ‘입문서’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저자는 10년 전 자기계발과 심리학 고전에 관한 책을 몇 권 출간한다. 그러다 역사상 진짜 위대한 지성들의 작품으로 정신세계를 확장하고 싶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나 방대한 문헌의 양에 주춤한다. 그래도 한 번에 한 철학자의 저서를 한 권씩 읽어가다 보니 서서히 이 책의 전체적 윤곽이 잡혔고, 마침내 책이 출간된다. (초판은 대부분 옥스퍼드대학교 보들리안 도서관 열람실에서 쓰였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한 번에 한 철학자의 저서를 한 권씩 읽고 있는 작가를 상상해 보게 된다. 왠지 근사해 보일 것 같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이나 이사야 벌린의 《고슴도치와 여우》 등 초판에서 지면상 아깝게 빠졌던 작품이 새로이 추가했다고 한다. 사실 초판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고슴도치와 여우》가 포함된 초판은 많이 아쉬웠을 것 같기는 하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연대기순이 아니라 이름순(알파벳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구성에 대해 저자는 다소 직관적이지 못할 수도 있지만, 독자 여러분이 기존 범주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상, 저작, 시대, 철학자들을 서로 연관 지어볼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뿐만 아니라 내용 또한 철학 사조나 시기, 입문서나 학술서에서 기준으로 삼는 ‘학파’와 ‘주의’ 같은 통상적 범주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저자는 독자 여러분은 그저 읽고 깨우치면 그뿐이라 말한다.
철학은 고리타분하고 딱딱한 학문이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렇게 구성과 내용면에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다 보니 조금은 그런 거부감 없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 자체가 탈 형식이라 그런지 읽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자유로워진 것 같다.)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한 권에 담아내고 있어서 도서관에서 책 찾느라 애를 먹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어서 좋았다. 학자가 아니라면 모든 철학을 꼼꼼히 볼 필요까지는 없으니 이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인물에 대해서만 따로 찾아 읽으면 된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이런 점들이 철학의 벽을 한층 낮춰주고 있어서 철학이 좀 만만해졌다. 이런 점만 보더라도 이 책은 철학 입문서로서 아주 좋은 교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