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는 열 장, 스케줄러는 첫 달, 가계부는 보름을 넘기지 못한다. 바로 내 이야기이다. 매년 초에는 올해는 정말 열심히 써보자 다짐을 하지만 늘 작심삼일이다.
버는 돈은 일정한데 계획성도 없고, 반성도 없으니 늘 적자를 면치 못한다. 그래서 가계부를 쓰는 일의 필요성을 갈수록 절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가계부를 고르는 일부터가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계부를 고르는 일에 진을 빼고도 막상 적으려고 하면 항목 나누는 것도 어렵고, 매일 비슷한 것을 적고 있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지루하게 느껴져서 관두게 된다.
『나는 미니멀 유목민입니다』의 저자 박건우 님은 젊은 나이에 빚을 지고 갚은 경험을 통해 ‘인생에서 돈이 최고라는 것과 돈을 얕보면 꿈이 깨진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살면서 한두 번은 작든 크든 빚을 지고, 갚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나도 빚을 지고 갚는 일을 반복한다. (카드도 빚이므로 거의 매일을 빚을 지는 셈이다.)
나도 박건우 작가의 ‘돈을 얕보면 꿈이 깨진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아이들에게는 꿈이 깨지는 경험을 직접적으로 하기 전에 이 진리를 알려주고 싶다. 비록 내가 실천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경제교육은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저자는 마이너스 재정 상황을 벗어나려고 결심했을 때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 우리 집 자삼과 빚은 얼마인지 확인하기
· 정확한 한 달 수입 알고 예산 짜기
· 가계부 쓰며 생활비 예산 실천하기
문제는 귀찮기도 하고 번거로운 결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 가계부 쓰기였다고 한다. 그래서 내친김에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가계부를 만들게 된다.
저자는 변동 생활비만 100만 원 지출하는 것을 목표로 엑셀도, 앱도 아닌 수기(手記) 가계부를 만든다. 1칸이 1만 원인 100칸짜리 표를 그리고 지출 금액만큼 색칠하는데, 그 안에서 지출이 이루어지면 성공이다. 깍두기 모양의 네모난 칸을 색칠하는 방식이라 ‘깍두기 색칠 가계부’라는 이름을 붙였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지출을 줄이는 효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다. 나의 경우 일단 며칠을 체험해 본 결과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게 쓴 돈과 남은 돈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매일 각성하게 된다.
나는 아직은 혼자 실험(?) 해 보는 단계라 드라마틱한 변화를 실감하지는 못했지만, 저자는 가족이 함께 동참해서 실천한 결과 살림이 흑자로 돌아섰다고 한다. 그리고 한 번 돈 정리가 되자 쌓이는 것도 시간문제였다고 하니, 자신감과 희망이 생기는 것 같다.
12월 한 달 내가 잘 터득하고, 우리 집에 맞는 방법으로 보완도 해서 2023년에는 가족 모두 함께 ‘깍두기 색칠 가계부’로 돈을 직접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어야겠다.
매달 적자라 돈 관리가 시급한 사람, 가계부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어려워 중도 포기하거나, 가계부를 쓰고는 있지만 살림에 실질적인 효과를 못 누리고 있다면 이 가계부를 꼭 써보길 권한다.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가계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