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1 -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1
천위안 지음, 이정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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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인 천위안은 현대 사회심리학 이론을 통해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분석하는 ‘심리설사’의 창시자로 통한다. 

천위안은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시리즈’의 인물로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조, 제갈량, 관우, 유비, 손권, 사마의를 선택했다. 《삼국지》 관련 책들은 많았지만 이처럼 역사적 인물을 심리학적 각도에서 분석하고 재해석한 책은 처음이라 매우 참신했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시리즈’의 첫 인물은 조조이다.

위·촉·오가 천하를 삼분하여 호령하던 중국의 삼국시대에는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처럼 그 어느 시대보다 인재가 넘쳐났다. 그중에서도 삼국 역사의 기여도를 따지자면 삼국의 창시자인 조조, 손권, 유비의 기여도가 가장 크다. 이 세 사람이 세운 삼국의 영토 크기 역시 같은 순서이다. 《삼국지》 관련 시리즈를 만들면서 첫 인물을 조조로 정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조조가 어이없는 오해로 여백사 가족을 몰살시키고도 “내가 세상 사람을 저버릴지언정 세상 사람은 나를 저버리지 못하게 할 것이오!”라는 발언을 한 장면은 《삼국지》 인물 중에서 내가 조조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다. 

그런데 비열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해진 이 말속에는 이기심 외에 ‘자기방어’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조조를 천하에 몹쓸 악인으로 낙인찍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자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인지부조화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나아가 사회적 도덕관념의 속박에서도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합리화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장면을 조조가 심한 말을 여과 없이 내뱉어버린 것은 강력한 자기방어이기도 하지만 조조가 속내를 숨기는 데 능숙한 사람이 아니라는 또 다른 면을 엿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전쟁이나 갈등을 다룬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삼국지》는 아무리 읽어보려 해도 좀처럼 흥미가 생기질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싸움과 갈등 속에서 인물이 가지는 심리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라 정말 새롭게 읽혔다. 

그냥 《삼국지》를 읽는 것보다 그 흐름이 더 선명하게 잘 보였다. 동탁에게 신임 받던 조조가 어쩌다가 동탁을 배신하고 후한의 마지막 헌제가 될 수 있었는지…….

특히 아이러니하게도 죽을 것이 두려워 몰러서는 바람에 실패한 동탁의 암살 시도가 동탁의 역할 때문에 영웅적 행위로 둔갑하고 조조를 영웅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동탁을 암살하려던 일이 조조의 가장 큰 자산이 된다. 결과적으로 조조의 성공을 동탁이 뒷받침해 준 꼴이다.

같은 《삼국지》인데 훨씬 재밌고 이해하기도 쉬웠다. 나처럼 《삼국지》가 어려워 포기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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