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팔자를 공부하는 것은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이라 말한다. 언제까지 팔자타령만 하고 살지 않기 위해서 팔자를 공부한다고 했다.
나도 팔자를 공부하고 있는데 이 말에 크게 공감했다. 미래를 알고 싶다거나 누군가의 미래를 점치기 위해 팔자 공부를 하지 않는다. 내가 팔자 공부를 하는 이유 또한 왜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 과거의 나를 이해해 보고, 다음에는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지 미래의 나를 설계하기 위함이다.
내용 중에 오레스테스의 가정교사에 관한 해석이 흥미로웠다.
타국 땅에서 주인의 어린 아들을 성인으로 키워냈고, 심지어 복수를 위해 조국으로 데리고 왔고, 복수의 완수까지 차질 없이 돕는 등 일을 너무 잘하는 사람. 일에만 신경 써서 그런지 인간미는 떨어지는 사람이지만 긴박한 순간에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면 이런 사람에게 맡기고 싶다. 그래서 일복이 많은 사람인데 명리학에서 재성(財星), 재물운이라고 부르는 힘이다.
명리학을 조금 공부해서 재성이 있다는 정도는 감을 잡았는데, 이것을 정재와 편재로 구분해서 설명해 주는 부분이 인상적이고 좋았다.
오레스테스를 복수의 현장으로 데려온 가정교사는 정재와 편재 모두를 가진 사람으로 해석했다.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꼼꼼함과 감동적인 오누이의 상봉 분위기를 깰 만큼 감정에 인색하고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도 정재스럽다고 했다. 그런데 양육비가 끊겼을 텐데도 오레스테스가 장성하도록 키운 것과 복수가 실패하면 죽음을 당할 가능성이 큰데도 모험을 하는 모습은 편재스럽다고 해석하고 있다.
명리학을 다룬 책이지만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었다. 그리스 신화만 읽었을 때는 주인공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니 흥미가 생기질 않았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의 사주를 통해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읽으니 너무 재미있고 몰입도도 높았다. 그리스 신화를 제대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주나 명리학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