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능검(한국사능력검정시험) 문제를 풀면서 멘붕이 오는 순간에도, 이를테면 구석기 문제를 풀며 ‘경기도 여천 전곡리 유적은 실제로 어떤 곳일까?’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서 떠났다. 평일은 직장에 얽매인 탓에 주말을 이용해 가까운 곳부터 하나둘 시험에 나오는 답사지를 찾아다녔다. 회사 근처 경복궁과 창덕궁, 역사 박물관을 시작으로 구석기시대 대표 유적지인 경기도 연천 전곡리, 단양 금굴, 암사동 유적지 등을 살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전국 500여 곳을 훌쩍 넘게 다니며 공부를 병행했다.
시험을 치르며 여행을 했고, 여행을 다니며 글을 썼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점수를 얻게 된 순간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상이 2022년 현재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인 저자 김종훈이 『한국사로드』를 쓰게 된 스토리이다.
책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출제되는 시대순으로, 우리가 공부해야 할 순서에 맞춰서 구성되어 있어서 자격증 취득이 목적인 독자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각 부가 시대 순으로 되어 있고, 각 장은 지역별로 되어 있다. 각 장은 다시 네 가지 요소로 뻗어간다. 바로 여행지로서 역사 유적지와 답사지를 다룬 ‘스토리’, 해당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살펴야 할 부분을 다룬 ‘가이드’, 해당 지역의 역사가 실제 한능검 시험에 어떻게 나왔는지 문제 유형과 내용, 경향을 짚어보는 ‘한능검 따라잡기’, 풍성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함께 봐야 하는 귀한 장소와 동선을 정리한 ‘투어’이다.
구성만 보더라도 저자가 한국사에 얼마나 진심인지, 여행과 공부뿐만 아니라 즐거운 추억과 유익을 주기 위해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다.
『한국사로드 1』은 선사시대부터 남북국시대까지를 담고 있다.
한능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아니고 한국사의 재미에 빠진 사람도 아니라 조금 걱정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웬만한 소설책 보다 더 재미있었다.
그렉 보웬이 여자친구 이상미와 데이트를 하다가 주먹도끼를 발견함으로써 우리나라도 주먹도끼 문화권이 된 첫 이야기부터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매 장마다 알려주는 ‘투어’는 정말 꿀팁이라 유용했다. 주말에 ‘투어’ 코스를 하나씩 여행해 보는 재미도 쏠쏠한 것 같다. 언젠가는 이 책에 소개된 코스를 완주하고 싶다는 희망도 가져본다.
저자는 이 책은 한국사 해설서도 한국사 전문서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책은 한국사 공부와 여행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조금 더 충만하게 바꿔보자’는 뜻으로 쓴 한국사 여행 스터디 가이드북이라 덧붙였다.
책을 좋아해서 가끔 독서 모임 카페를 기웃거린다. 독서 모임 카페에서 ‘독서 기행’에 관한 공지가 뜨면 회원들의 반응이 참 뜨겁다.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책의 배경이 되는 장소에 직접 가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저자의 마음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국사를 공부하며 역사에 푹 빠져서 한국사 문화유적지에 직접 가서 보고, 느끼며 행복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 같다.
그래도 한국사 전공자도 아닌 기자가 한국사 책을 쓰기란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 스스로 비전문가라 초보자가 읽어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독자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그가 한국사 전공자가 아니라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