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인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 때,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 할지 타인의 인생을 통해 탐구하고, 자신의 인생을 반추해 보자는 내용이다.
저자 황영은 영어강사이다. 직업 특성상 영어 지문을 많이 읽는다. 인문학을 좋아한 그는 영어 지문과 인문학 책의 교집합을 만들어낸다. 그 교집합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가르치기도 하고, 삶을 반추해 글로 표현한다.
나는 사실 영어 지문에 철학 관련 내용이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영어 단어 외우기도 쉽지 않은 판국에 철학적 깊은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한 문장이라도 원문을 읽는 것과 번역된 문장을 읽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지문으로 만났다 해도 정답만 외우는 것보다는 내용을 깊이 음미해 보는 것은 아주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에 사는 거의 모든 이의 꿈이 건물주가 되어버린 지금, 왜 철학이 필요한가 묻는 학생의 질문에 독자인 나조차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왜 사는가?’, ‘왜 사랑해야 하나?’와 같이 ‘왜?’라는 질문은 철학의 기본 요소이지, 철학 자체는 ‘왜?’라는 질문과는 좀 이질적이다. 철학 자체는 ‘왜?’가 아니라 ‘무엇인가?’와 ‘어떻게?’와 더 잘 어울린다.
그럼에도 저자는 학생의 저 질문에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놓는다. “철학을 하지 않아도 건물주가 될 수 있다. 다만 철학 없이는 행복한 건물주는 될 수가 없다.” 우문현답이 이런 것인가? 속이 시원해지는 명쾌한 대답이었다고 생각했다.
철학을 사랑하는 선생과 철학에 눈뜨기 시작한 학생과의 대화가 너무 보기 좋았다. 행복, 삶과 같은 다분히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헛소리하지 말라거나, 혹시 무슨 안 좋은 일 있냐는 반응일 것이다. 그래서 철학을 논할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는 행복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철학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영어 지문과 함께, 학생과의 대화로 풀어놓은 점이 신선했다. 그리고 학생이랑 나눈 이야기이다 보니 철학 초보에게도 어렵지 않게 읽혀서 좋았다.
책은 철학이 무엇인지, 철학의 필요성, 철학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좋은 질문이란 무엇인지… 등과 같은 초보적인 것을 알 수 있는 철학 입문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철학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가 자극되는 기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