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드라마 속 대사가 사랑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깨뜨려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동생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언니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여학생과 친구의 대화였다. “너는 언니들의 사랑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사랑을 주면 무조건 받아야 해? 내가 원하는 사랑이 아니면 안 받을 권리도 있잖아.”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나에게 사랑을 주면 당연히 감사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물며 그것이 나 잘 되길 바라는 가족의 사랑이라면 더욱더 그래야만 한다고 느꼈다.
임상 심리가 인 저자는 직업 특성상 마음이 아프거나 인생의 위기를 겪고 계시는 분을 많이 만난다. 이러한 만남을 겪으며 삶의 고통이란 매우 고유한 동시에 보편적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자신의 고통에 매몰되어 있을 때는 주변이 보이지 않지만, 한 발짝만 물러나서 보면 모든 사람에게 자신만의 사연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고통의 보편성 덕분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또 서로를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고민과 질문들에 대한, 임상심리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응답이다. 고통의 보편성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이 책에 나와 있는 고민과 질문들을 충분히 공감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안정적인 애착 관계에서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통합적인 자기감을 경험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들, 예컨대 자율성의 부족, 감정 조절 및 대인관계의 어려움, 부정적인 사고에 침잠되는 것 등을 중심으로 애착의 본질과 변화의 가능성을 두루 다루고 있다.
첫 번째 장에서는 부모로부터의 심리적 독립에 대해 다룬다. 두 번째 장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히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세 번째 장에서는 관계 속에서 자신의 중심을 지키면서도 타인과 연결감을 잃지 않는 방법을 살펴본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자기 생각과 경험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담아내는 방법을 다룬다.
임상 심리가 인 저자가 애착 관계에 주목하는 이유는 애착이 다양한 심리적 작용과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애착에 대한 이해는 자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고 실마리가 될 수 있고, 유전적, 환경적 요소에 비해 노력과 개입으로 새로운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 될 가능성이 크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사랑은 부담스럽거나 싫더라도 무조건 감사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기저에 부모로부터의 ‘심리적 독립’이라는 숙제를 마치지 못한 미숙함이 있는 것 같다. 또한 자식에 대한 지나친 책임감도 지나친 통제 욕구의 반영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모로서 책임을 과대하게 여기는 것은 곧 부모와 자신의 삶, 자기와 자녀의 삶을 잘 분리하지 못한다는 방정이기도 하다는 설명이었다.
나의 이런 심리를 확인하고 나서 심리적 독립과 관계 속에서 나 중심을 지키면서도 타인과 연결감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중점에 두고 책을 읽었다.
나의 완전한 자율성을 찾는 방법과,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사는 방법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