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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세 자매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88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평점 :
『아내ㆍ세 자매』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내가 체호프에 대해서 생각한 것은 처음에는 왜 이렇게 사람들은 다들 좋다고 하는데 나는 그 매력을 잘 못 느낄까 하는 부분이었다. 다들 단편소설의 아버지라느니, 체호프를 빼놓고서는 러시아문학을 논할 수 없다고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더 나아가서 그의 많은 희곡들이 상영되고 있는 시점에서도 다시 그의 연극이 새롭게 각색해서 영화로도 탄생하는 것. 모든 것의 어쩌면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나의 눈에는 한편으로는 과대 포장되어 있는 과자 봉투와도 같았다. 하지만 결론은 내가 체호프를 많이 몰랐다는 것...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왠지 러시아 문학하면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와 같은 대작을 위주로 생각하게 되고 그 풍경 역시 광활하게 연상이 되어 소소하게 일컬어지고 잔잔한 이야기는 왜인지 내 눈 한편으로 비켜나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네 삶에서 진작 중요한 이야기는 이런 유의 이야기들인데 말이다.
세 자매는 우선 유명하다. 러시아에 가면 어느 극장에서나 체호프의 희곡으로 극을 올리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유독 인기가 있는 것은 바로 세 자매이다. 러시아 말기 지방 소도시를 배경하는 이 작품은 프로조로프 일가의 세 자매의 일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아버지의 1주기이며 막내 이리나의 명명일인 어느 봄날이 배경이다. 나는 이 작품을 뻬쩨르부르크에서 연극으로 본 적이 있는데 흐드러진 벚꽃 나무 아내로 연극배우들이 무대를 펼치고 향기 비슷한 것들이 주위로 올라왔는데, 유독 그 분홍색 벚꽃과 더불어 코를 매혹시킨 향은 아직까지 기억에 박혀있다.
올가, 마샤 이리나... 세 자매의 삶. 올가는 삶이 힘들다. 매일이 고단함의 연속이다. 올가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 하면서 먹고 살 다른 방도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쉽사리 그만두지도 못한다. (꼭 현대인의 삶과도 같다.) 일찍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마샤는 결혼 생활에 지쳐있다. 그러던 중 베르시닌과 눈이 맞게 된다. 하지만 사랑을 맹세한 베르시닌은 군대와 함께 도시를 떠나게 된다. 노동만이 희망이라고 여기던 막내 이리나는 일에서 환멸만을 느끼게 된다. 결국 사랑이 배제된 결혼을 하면서까지 모스크바로 떠나고자 하지만 좌절되고 만다. 그들이 극 내내 말하고 있는 아직 인생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 결국 살아가야 한다는 말은 왠지 희망보다는 공허에 가깝게 들린다.
이 책에는 세 자매뿐만 아니라 아내라는 글도 실려있다. 모두 체호프의 삶에 대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왜 체호프를 현대인들이 좋아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글들은 모두 옛 시절이 아니라 바로 지금, 현대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말이다. 다 우리와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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