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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인저
닐 셔스터먼 지음, 이민희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평점 :
『게임 체인저』
닐 셔스터먼 (지음) | 이민희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닐 셔스터먼이 다시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수확자 시리즈를 너무도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 열린 책들에서 나온 [게임 체인저]도 흥미가 있었다. 제목부터가 내게는 생소하면서 흥미로웠다. 게임 체인저라니. 게임 체인저란 어떤 일이나 사건에 대해서 판도를 바꿀만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혁신적인 인물이나 사건을 말한다고 한다. 그리고 경영 분야 등에 있어서 기존의 시장에 충격을 가할 정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 제품 등이라고 하니 예를 들면 인물로 말하자면 스티브 잡스나 갈릴레오 등이 있을까 싶다.
제목과 더불어서 내용 역시 범상했다. 최근 닭강정이라는 소재가 충격적이라고 생각했는데(사람이 닭강정으로 변하는), 그것에 어느 정도 버금간다고나 할까? 주인공인 애슐리, 자칭 애쉬는 풋볼로 살고 죽는 그야말로 풋볼 소년이다. 그는 티버츠빌 추나미스 고등학교 풋볼팀에서 라인맨 포지션이다. 주목받는 것보다는 날것의 에너지를 사랑하고, 공격 라인을 돌파할 때의 느낌과 헬멧끼리 부딪치는 감각과 소리를 사랑하는 들이받는 태클, 들이받기 기술로 유명한 소년이다. 아마 그의 성향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듯하다. [털고 일어나라]가 집의 좌우명이듯 안되면 말고의 정신이랄까. 아버지 역시 풋볼 선수로 활약하다가 목표가 좌절되자 바로 큰아버지 밑에서 부품 유통 관리자로 방향을 바꿨으니. 아버지의 말,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는 것은 뭔가 인생의 본질을 꿰뚫어 본 현자의 말처럼 들린다.
애쉬가 무지막지한 태클을 당한 어느 날 그는 뇌진탕을 일으키게 되고 날카로운 추위와 함께 찾아드는 짜릿한 느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든 후 교통신호의 정지등은 파란색으로 바뀐다. 자신이 뭔가 이상해짐을 감지했지만 이내 넘어가게 되고, 다시 며칠 후 이번에도 또다시 태클을 하다가 뇌진탕을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부모님이 부자로 바뀐 걸 알게 된다. 물론 스스로의 상태 역시 가차 없이 바뀌었고 말이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된다. 자신이 대체 우주에 떨어졌다는 것을 말이다. 혼돈 방지를 위해 그 앞에 나타난 쌍둥이 형제가 나타나서 애시 보먼이 바로 우주의 중심이 되었다고 말한다.
항상 우리는 나라는 존재 자체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말하고 들어왔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진정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하루에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광고들은 우리가 되고 싶은 모습들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스스로의 삶과 모습에 불만을 갖게 한다. 나로 산다는 것은 멋없는 것이며 너로 산다는 것, 다른 이로 되고 싶은 소망만이 넘쳐난다. 하지만 언제 진정으로 스스로의 모습으로 살아본 적이 있다는 말인가?
소설 [게임 체인저]는 소재 자체가 독특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네 현실이 모두 담겨있다. 차별과 오해와 억압 속에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숨어져 있다. 책 첫 부분에 언급된 것처럼 샌드위치 속에 숨어있는 정체불명의 고기, 소화하기도 삼키기도 힘든 현실의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다. 인종 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등에 대한 소재들이 들어가 있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스스로 차별주의자였음을 느끼게 된다.
소설 마지막에 언급된 우주의 중심이 이제는 안드로메다 외곽에 사는 지각 있는 바이러스로 바뀌었다니. 웃음이 난다. 세상에는 가만히 있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이 참 많다. 어리석은 지도자, 중심자가 오히려 무엇을 해보려고 이것저것 건드는 순간 세상은 더 위험해진다. 어쨌든 주인공 애쉬는 스스로의 희생도 감수하면서 세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길 원했고 그렇게 만들었다. 이제 모든 것에 들이받을 준비가 된 애쉬는 세상을 향해 외친다. 어디 덤벼 보라고 말이다. 어차피 내가 주인공인 세상인데,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뭣이 중한데. 그래, 네 멋대로 살아라. 어차피 이것도 곧 끝이 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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