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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ㅣ 레이디가가
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2월
평점 :
『 N 』
미치오 슈스케 (지음) |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펴냄)
재미있는 시도이다. 어느 장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으며 또 알게 모르게 연결이 되고 결말의 느낌이나 분위기가 바뀌는 소설 N이다. 알파벳 N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거꾸로 써도, 똑바로 써도 모두 한 가지 글자이다. 흡사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될 수도 있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와 결말... 흥미로운 문학적 시도를 한 작가 미치오 슈스케에게 관심이 간다.
처음에 책을 펼치면 앞뒤가 바뀌어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어찌 됐거나 소설의 시작은 첫머리에 있다. 자신이 선택한 장을 찾아서 무조건 읽어가는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장은 총 여섯 장이다. 내가 선택한 소설의 장은 첫 번째는 웃지 않는 소녀의 죽음 - 이름 없는 독과 꽃 -날지 못하는 수벌의 거짓말 - 떨어지지 않는 마구와 새- 잠들지 않는 형사와 개- 사라지지 않는 유리 별이다.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나름 최상의 조합이라고 생각된다. 그냥 무작위로 내키는 대로 장을 선택했지만...왠지 최상의 조합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게 아닐까? 작가가 원하는 장의 서술 역시 이런 느낌은 아니었을까 하는 본의 아니게 스스로를 칭찬하게 되는 그 무엇이랄까...ㅎㅎ
처음에 웃지 않는 소녀의 죽음을 골랐을 때는 194쪽으로 넘어가라는 소설가의 지령?을 받았을 때 약간 당황했다. 어? 194쪽이 없는데? 대체 어디로 가라는 걸까? 소설 속 페이지도 왠지 뒤죽박죽인 듯 느껴졌기에 페이지를 잘 못 찾는 해프닝? 이 있었다. 194쪽은 그저 표지를 가리키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쪽을 생각하지 말고 그저 장을 넘어가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 그것이 더 합리적인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첫 장에서 소녀는 누군가의 호기심? 아니면 부주의로 죽는다. 소녀가 가지고 있는 나비에 대한 인상, 동양인 간호사에 대한 호기심... 등등은 해결되지 못한 채 난 두 번째 장으로 넘어갔다. 두 번째 장은 이름 없는 독과 꽃... 대뜸 자신이 먹은 독에 대해 이야기하는 화자, 그리고 그 뒤에 펼쳐지는 흥미로운 이야기... 첫째, 둘째 장을 읽기까지 전혀 소설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 몰랐다. 그저 각기 다른 이야기를 지닌 단편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셋째, 넷째 장을 읽게 되면서 화자들이 연결되고 등장인물들이 서로 서로 연결되었다. 각 장은 물론 그 자체로 훌륭한 이야기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그 이야기들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더욱더 흥미로웠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디어 밝혀지는 소녀에 대한 진실들...... .
예전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바뀌는 설정 드라마, 그리고 어린이용 이야기책도 있었던 것 같다. 새삼 그때가 떠오르면서 추리소설에서 이런 이야기가 느껴져 몹시도 재미있었다. 앞으로 이런 유의 색다른 시도들이 무궁무진하게 발견되고 발전되면 좋겠다. 어쩌면 이것도 하나의 참여형 독서의 작은 예시가 아닌가 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소설의 결말은 나에게는 어느 정도는 해피엔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소설 속에서 누군가는 원치않는 죽음을 당하고, 누군가는 오해를 받았지만 그래도 책 속의 화자들이 본 다섯 개의 빛줄기, 아름다운 그 꽃, 해수면에 핀 꽃이 어쩐지 새로운 희망의 속삭임 같다.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듯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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