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 김난주 (옮김) | 태일소담출판사 (펴냄)
어릴 적 막연히 동경만 했던 세계가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다면 기분이 어떠할까? 처음에는 신기하고 볼을 꼬집어 볼만큼 현실이 아닌 것같을 것이다. 두근 두근 거리는 세계... 하지만 막상 그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내가 상상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어...하게된다.
학교 졸업 후 직업을 구하게 됐을때 나의 느낌이 그러했다. 처음에는 막연히 방송국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셰계 속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좋아보였다. 어찌 어찌해서 들어간 그곳은 내가 상상하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매일 매일 야근이 이어졌고 부당한 모습도 보이고, 무척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그렇지 않은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한 선배는 나에게 이런 말도 했다. 여기에서 일을 하려면 허영심이 필수라고 말이다. 허영심이 있어야지 이 생활을 버틸 수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스스로가 계속 속삭이는 와중에 그 생활을 계속 해내갈 자신이 나에게는 없었다.
여기 가오리의 소설 속에는 세명의 주인공들이 나온다. 학창시절 나란히 출석부에 적힌 이름 스와, 세노, 세이케 덕분에 쓰리 걸스로 불리우게 되어 친해진 여성들... 그들은 학창시절을 지나서 오십대의 여성의 모습이 되어서 다시 만나게 된다. 아마도 다분히 에쿠니 가오리 스스로의 나이도 짐작하게 되는, 그녀의 모습일까도 싶은 추측을 불러들이게 하는 소설이었다.
돌싱인 세이케 리에는 자유분방한 여성의 대명사이다. 자유롭게 즐길줄 아는 그녀는 일적인 면으로도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다. 그녀가 돌연 영국생활을 접고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바야흐로 쓰리 걸스가 삼십년만에 다시 뭉치게 되는 것이다.
리에가 싱글인 채로 여든이 된 어머니와 함께사는 스와 다미코의 집으로 들어오면서 소소하지만 작은 회오리같은 일상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주부로 사는 세노 사키의 일상마저도 잔잔히 술렁인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첫 문장처럼 각 집에는 소소한 그 집안만의 해결해야할 고민이 있다. 겉에서 봤을때는 모르지만 속으로 찬찬히 파고 들어가면 다른 이면이 보인다.
스와, 세노, 세이케는 학창 시절에 자신들의 이런 삶을 상상했을까? 그들이 그 시절 느꼈던 셔닐 손수건의 촉감와 캔털루프 멜론 맛은 아직도 그대로 일까?
상상 속의 미래를 만지거나 볼 수 있다면 그 당시 우리는 지금 이 삶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마지막 그들이 나눴던 상상의 반전이란 이런 것이 아닐지 싶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래서 더 재미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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