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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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드펠은 작업장으로 돌아와 세상의 모든 것과 단절하듯 문을 걸어 잠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크 수사와도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작업장 안은 고요했다. 벽에 댄 거무스레한 널빤지들로 내부는 더욱 어두웠고, 희미한 화로 불빛만이 주위를 어슴푸레 밝히고 있었다. 고향 집처럼 아늑한 곳, 바로 이곳이 그가 바라는 전부였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수도사의 두건, 엘리스피터스, 북하우스>



<수도사의 두건> 1138년 겨울의 평온한 시기에 수도원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 영주가 수도원에 기탁한 재산과 함께 노후를 보낼 목적으로 찾아오지만, 곧 독살된 채로 발견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충격적인 것은 이 영주를 죽인 독극물이 캐드펠 수사가 직접 만든 맹독성 약물이라는 점이다.



이 사건에 휘말린 캐드펠 수사는 무고함과 진범을 찾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힌 가족사와 과거의 연인과의 재회가 그의 앞에 펼쳐진다. 캐드펠은 수도사로서의 의무와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모두 아우르며,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소설은 최근에 눈만 돌려도 여기저기 나오는 자극적인 매체에 익숙해져 있다가 읽게 되니, 굉장히 신선하고 차분한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다가왔다. 중세의 고요한 시대로 독자를 데려가며, 그 안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와 인간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이 작품은 현대의 빠르고 화려한 스토리텔링과는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사건의 긴장감은 있지만, 과도한 자극보다는 인물 간의 관계와 내면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번 편에서는 캐드펠 수사가 겪는 인간적인 갈등과 과거의 연인을 마주하며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은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가🥹) 그는 그저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 아니라, 삶의 여러 갈래에서 선택하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의 사랑이 소환되면서 그리움과 추억이 밀려오지만, 캐드펠은 현재의 삶에 대한 만족과 순응을 보여주며,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첫 페이지에 적힌 "인간이란 변하기 쉬운 존재이며, 늘 오류를 범하고, 그때그때 적응해야 하는 동물이 아닌가."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이 문장은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미리 알려주는 듯하다. 캐드펠이 보여준 인간적인 갈등과 그가 내린 결정들은 바로 이 문장에 담긴 진리를 반영하고 있으며, 작품을 통해 깨닫게 될 중요한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책을 덮고 나서 이 문장을 다시 읽으면, 책의 모든 내용이 이 한 줄에 응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결국, <수도사의 두건>은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을 넘어, 인간의 본성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주의사항! 자기 전에 잠 안온다고 이 책을 펼치면 더 못자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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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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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그저 종이에 적힌 글이 아니라, 다른 장소, 다른 삶으로 통하는 입구라고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나는 책과 그 안에 담긴 무한한 세계를 사랑하게 되었고, 이는 오롯이 아버지 덕분이었다.
"고개를 기울이면 말이다.” 한번은 아버지가 말했다. 옛날 책이 비밀을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단다."(15p.)
<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인플루엔셜>


익숙한 현실을 벗어나 책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 <사라진 서점>이 요즘 여기저기서 핫하다는 소문을 듣고 얼른 읽어봤다.


세 명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각 시점에서 시대를 넘나들며 돌아가면서 전개된다. 서로는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촘촘하게 엮여 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절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 오펄린: 다정한 아버지를 잃고, 오빠의 강압 속에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의 결혼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오펄린은 이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과감히 다른 곳으로 떠난다. 그녀의 여정은 독립과 자유를 향한 한 편의 모험이다. 나였으면 절대 못했을 것 같은 캐릭터 🥹


💫 마서: 남편의 폭력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스스로를 구하려 도망친다. 마서의 이야기에는 긴장감과 스릴이 있어서 그녀의 결단력과 용기에 대단하다는 생각 뿐.


💫 헨리: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행방불명된 서점을 찾아 나선다. 헨리의 이야기는 미스터리와 탐험의 연속이다. 그가 찾아가는 서점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희망과 비밀로 가득한 미지의 세계다.


각자의 이야기는 그들이 찾고 있는 것들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새로운 책과 서적들을 탐독하는 것 외에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법 같은 요소들이 군데군데 있지만, 뭔가 대단하고 아찔한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든다. 내용 따라가기도 편했고, 그 덕분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다소 폭력적이고 반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돋았기도 했던 하지만 오펄린을 통해 나의 삶을 뒤돌아보고 앞으로의 여정에 용기를 얻은 영화 한편 본 것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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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말 지식 - 29년 교열전문기자의 지적인 생활을 위한 우리말 바로잡기
노경아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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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방문하는 온라인 지역 카페가 있다. 심심할 때 인기 글을 클릭해서 쭉 내려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핫한 글들에 엄청나게 달린 댓글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데, 꼭 등장하는 댓글 유형이 있다. 바로 맞춤법 지적이다. 체크해줘서 고맙다는 반응과 지적받아 언짢은 반응으로 나뉘곤 한다.

나는 심하게 틀린 맞춤법은 좀 보기 힘든데, 예를 들면, ‘그나마’를 ‘그남아’, ‘남방’을 ‘난방’, ‘어이없다’를 ‘어의없다’로 쓴 글을 보면 혹시 글쓴이가 외국인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나조차 몰랐던 맞춤법을 알려주는 글을 볼 때면 오히려 존경심까지 든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혹시 나도? 하는 생각에 가벼운 글 하나 쓸 때마다 얼마나 신경 쓰이는지 모른다. (지금도 이 글을 다 쓰고 맞춤법 체크를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중이다.)


이 책은 29년 경력의 교열 전문 기자인 작가님이 일상 속 잔잔한 이야기와 함께 헷갈리는 단어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각 장의 시작마다 재미있는 맞춤법 퀴즈가 두 개씩 있어서 읽고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이 두꺼운 편은 아니지만, 짧은 이야기와 함께 우리말을 여러 개 보따리에서 풀어내는 글이라서, 작가님이 얼마나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어 하시고, 구성을 잘 짜셨는지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주의사항이 있다면!
책을 중간쯤 읽다 보면 내가 맞춤법을 이렇게 제대로 몰랐구나 하는 생각에 현타가 올 수도 있다. 이런 글에 ‘현타’를 써도 되는 건지😅

글쓰기를 좋아하고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 맞춤법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을 곁에 두고 두고두고 말지식 여행의 믿을 만한 나침반으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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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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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이방인이 아닌 인간이 있을까?”
-캐드펠 수사시리즈 02 <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를 하루만에 다 읽었다. 첫번째 작품보다는 몰입도가 더 강한 느낌?


수도원에 새롭게 들어온 소년의 남다른 분위기와 12세기 잉글랜드의 왕위를 둘러싼 치열한 싸움 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백명 가까운 포로들이 처형된 다음날, 캐드펠 수사는 시신 한 구가 더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이번 책은 스토리 구성이 좀 더 촘촘하고 잘 짜여져 있어서 따라가기가 쉬웠다. 덕분에 나 또한 진범을 찾는 여정에 가까이 갈수록 통쾌함을 느꼈다. 탐정이 된 기분이랄까?


주인공들이 상대의 수까지 내다보고 끝까지 계획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캐릭터 구성을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인물들의 보이지 않는 숨바꼭질 같은 긴장감 넘치는 전개는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가슴 두근두근한 사랑 이야기는 이 책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지지 않고 더욱더 흥미진진한 책이다.


전쟁, 욕망, 사랑, 그리고 남자들의 우정이 어우러지는 배경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넷플릭스 시리즈인 <아웃랜더> 를 생각나게 하면서 주인공들을 캐릭터들에 대입하면서까지 마음껏 상상하며 읽었다.


출세를 향한 눈먼 욕망이 가득한 12세기의 잉글랜드에서 펼쳐지는 캐드펠 수사의 모험, 완전 추천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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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사르르 풀리는 책 - 화가 날 때 편안해지는 방법 100
도다 구미 지음, 히다카 나오토 그림, 서재리 옮김 / 길벗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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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날 때 사르르 풀리는 방법이 100개나 된다니!
게다가 페이지마다 솜사탕 같이 마음이 보드라워지는 일러스트까지 🤍

참 귀여운 책이다.


사소하지만 강력한 방법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다보면
기분이 점점 풀리는 책.


분노를 잘 다스리는 방법, 가라앉히는 방법, 화가 잘 나지 않는 성향으로 바꾸는 방법, 대인관계에서 분노를 줄이는 방법,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방법 5장으로 구성되어 길지 않고 심플한 페이지로 한장 한장 넘기다보면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진다.


평소에 가족들에게는 말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좀 알아주겠지 하며 혼자 기대하고 실망하고 가감없이 감정을 표현할 때가 많은데 그것이야말로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다.
상대는 얼마나 당황스럽고 슬플까 더군다나 엄마와 아내의 뜬금없는 공격이라니.


책에 나온 편한 사람일 수록 함부로 감정표현을 발산하지 말라는 조언에 사실 너무 부끄러웠다. 당연히 아는 사실인데도 아니 안다고 착각했다. 행동하지 않은 건 내가 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렵지 않은 문체와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소중한 방법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내가 평소에 화나는 포인트에서 조금씩 멀어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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