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 (무선)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
나태주 엮음 / &(앤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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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를 읽으며, 나는 마치 오래된 책장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낡은 엽서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오랜 시간 품고 있던 감정들이 시 한 편, 한 구절에 의해 환기되고, 잊고 지냈던 기억과 감각들이 서서히 깨어나는 듯했다.

이 시집은 단순한 시 모음집이 아니다. 삶을 사랑하라고 강요하는 대신,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어떤 순간엔 아득한 그리움을, 또 어떤 순간엔 가슴 한편을 저미는 외로움을, 그리고 다시금 살아가고 싶은 따스한 용기를 불러일으킨다.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도 선명하여, 그것이 내 안에 오래도록 남을 것을 예감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특히, ‘좋은 시에는 신이 주신 문장이 들어 있다’라는 문장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도 이런 문장들을 만나기 위함이 아닐까. 때로는 고된 하루 끝에, 때로는 이유 모를 슬픔 속에서, 그저 한 줄의 문장이 우리를 붙들어주기도 한다. 시인은 그런 문장들을 섬세하게 골라내어, 독자들에게 조용히 건넨다. 그리고 그 문장들은 다시 우리의 마음속에서 반짝이며 살아난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나는 여러 번 멈추어 섰다. 어떤 문장 앞에서는 한참을 머물렀고, 어떤 시 앞에서는 눈을 감았다.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한없이 개인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동시에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시집. 시가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 문장이 어떻게 삶을 지탱해주는지, 그 깊은 울림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읽는 내내, 삶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나아갈 길, 사랑과 상실, 기쁨과 아픔… 결국 우리는 이런 감정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때때로 시가 우리에게 괜찮다고, 살아보자고. 그렇게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는 나에게도 살아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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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을 위한 철학 - 나를 소모하지 않고 내면의 힘을 키우는 스토아 철학 안내서
애니 로슨 지음, 박지선 옮김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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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일하는 사람을 위한 철학: Stoic at Work』은 직장에서 마주하는 스트레스와 감정 소모를 줄이고, 더 단단한 태도로 일할 수 있도록 스토아 철학을 적용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업무 환경에서 흔히 겪는 갈등, 실수에 대한 불안, 과도한 책임감 등을 철학적 시각에서 풀어내며,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에서 중요한 덕목이 흔히 생각하는 ‘열정’이 아니라 ‘평정심’이라는 점이었다. 흔히 성공하려면 더 많은 열정을 쏟아야 한다고 배우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태도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특히 마음에 남았고, 이를 통해 업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스토아 철학이 주는 가장 큰 깨달음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회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완벽하게 내 뜻대로 되지 않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할지는 온전히 나의 선택이다. 책을 읽다 보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고, 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는 법을 고민하게 된다. 단순한 동기부여가 아니라 실제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철학적 태도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일하는사람을위한철학 #stoicatwork #프런트페이지 #스토아철학 #book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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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길레프의 제국 - 발레 뤼스는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았나
루퍼트 크리스천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에포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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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루퍼트 크리스천슨 『댜길레프의 제국』은 20세기 초 발레의 판도를 바꾼 *발레 뤼스(Ballet Russe)*와 그 창시자 세르게이 댜길레프의 삶을 치밀하게 탐구한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전기가 아니다. 댜길레프가 만들어낸 예술적 혁명의 맥락을 짚으며, 당시의 문화적·정치적 배경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서사를 제시한다.

책은 댜길레프의 유년 시절과 교육, 그리고 러시아에서 프랑스로의 이주를 다루며 그의 예술적 감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이어서 발레 뤼스의 창설과 발전, 그리고 그가 니진스키, 스트라빈스키, 피카소 같은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발레의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크리스천슨은 단순한 찬양을 넘어, 댜길레프의 독특한 카리스마와 모순적 면모, 예술과 상업 사이에서 줄타기하던 그의 불안정한 위치까지도 냉철하게 분석한다.

서술 방식은 학문적이지만 지나치게 건조하지 않다. 풍부한 자료와 생동감 있는 일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자는 댜길레프와 그의 세계를 생생하게 체험하게 된다. 발레 뤼스의 공연이 당시 관객에게 던진 충격과 감동, 그리고 그것이 현대 무용과 예술 전반에 끼친 영향을 면밀하게 짚어내는 점도 이 책의 강점이다.

발레사, 예술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깊이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댜길레프 인물의 복합적인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댜길레프의 제국은 단순한 예술사의 기록이 아니라, 한 시대를 뒤흔든 예술 혁명의 생생한 초상이다.

#댜길레프의제국 #루퍼트크리스천슨 #에포크 #발레뤼스 #book #review #diaghilevsempire #디아갈레프 #발레 #RupertChristian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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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 - 어려운 시기에 유쾌하게 산다는 것에 대하여
악셀 하케 지음, 양혜영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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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조금만 더 버티면 좋아질 거야.” 하지만 막상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으면, 그 버티는 것조차 버거워질 때가 많다. 그럴 때면 내 마음을 지탱해 줄 문장을 찾곤 하는데, 악셀 하케의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는 그런 순간에 참 따뜻하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이 책은 “어려운 시기를 반드시 힘겹게만 지나가야 할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물론 삶은 가끔 너무나 버겁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일들도 많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모든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꼭 좋은 태도일까 되묻는다. 오히려 때때로 한 발짝 물러서서, 가벼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우리가 흔히 “어른스럽다” 혹은 “성숙하다”고 생각하는 태도에 대한 시각이었다. 진지하고 무거운 태도가 반드시 성숙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무게감이 삶을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저자는 스토아 철학, 몽테뉴의 사색, 그리고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 장자크 상페의 작품을 인용하며, 어려운 시기에도 너무 심각해지지 않는 균형 잡힌 태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읽다 보면 한결 가벼운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의 어려움을 외면하게 만드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받아들이되, “이 모든 걸 너무 심각하게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고 다정하게 말해 주는 느낌이랄까. 우리 삶이 우리의 표정을 닮아간다면,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한 표정을 짓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조금은 지쳤을 때, 혹은 너무 많은 것들이 무겁게만 느껴질 때. 이 책을 한 번 펼쳐보기를 추천한다. 아마 책을 덮고 난 후에는, 삶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더 편안해져 있을 것이다.

#삶은당신의표정을닮아간다 #악셀하케 #다산북스 #book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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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여정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박재연 옮김 / Pensel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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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읽고 적성한 리뷰입니다.

예술가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은 끊임없이 떠나고, 길을 잃고, 때로는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그 여정 속에서 새로운 시선을 얻고, 이전과는 다른 손길로 세상을 빚어낸다. 트래비스 엘버러의 『예술가의 여정』은 그러한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이 길 위에서 발견한 영감과 변화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책이다.

책은 장 미셸 바스키아, 카라바조, 메리 카사트, 폴 세잔, 살바도르 달리, 마르셀 뒤샹, 프리다 칼로,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등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들의 여정을 기록한다. 그리고 그 이름들 사이에서, 한 인물을 발견하였다. 바로 이사무 노구치.

그의 이름을 보는 순간, 그가 걸어온 길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했던 어린 시절, 파리에서 브랑쿠시를 만나며 조각의 본질을 탐구했던 시간, 그리고 뉴욕과 일본을 오가며 공간과 인간을 잇는 조각을 만들어갔던 날들. 노구치에게 여행이란 단순한 이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를 이루는 과정이었고,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었으며, 그의 손끝에서 형체를 얻는 예술 그 자체였다.

이 책을 통해 노구치의 여정을 다시금 들여다보는 것은, 마치 오랜 친구를 먼 길 끝에서 마주한 듯한 기분을 준다. 책 속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하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가 세상을 바라보았던 방식에 다시금 빠져든다. 그에게 조각이 단순한 덩어리가 아니라 흐르는 공간이었듯, 이 책도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움직임이 빚어낸 거대한 흐름처럼 느껴진다.

책장을 덮으며 우리도 결국 각자의 여정을 걷고 있다. 길을 떠나 새로운 시선을 얻고, 때로는 혼란 속에서 방황하며, 다시 길을 찾는 과정—그 모든 순간이 결국 우리만의 예술이 되고, 하나의 작품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노구치 같은 존재를 만나게 될 때, 우리는 다시금 예술과 삶이 하나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 책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남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사무 노구치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조용한 기쁨과 함께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만남을 선사할 것이다.

#예술가의여정 #트래비스앨버러 #펜젤 #이키다서평단 #이사무노구치 #북스타그램 #book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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