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문장 수업 - 다산 평생의 내공으로 삶의 질서를 만드는 하루 한 문장 필사
정약용 지음, 한정호 엮음 / 구텐베르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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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다산의 문장 수업』은 처음엔 그냥 고전 필사 책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펼쳤는데, 읽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지금 내 삶에도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많아서 놀랐다. 다산의 말들은 어떤 거창한 철학 강의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요즘 내가 고민하던 문제들—일, 관계, 마음가짐 같은 것들—에 딱 맞게 조용히 조언을 건네는 느낌이었다.

가장 좋았던 건 ‘하루 한 문장 필사’라는 구성이다. 바쁘다고 책만 읽고 덮어버리기 쉬운데, 짧은 문장을 직접 적어보는 과정이 확실히 다르게 다가왔다. 그냥 읽을 때는 스쳐 지나갈 문장도, 손으로 천천히 옮겨 적다 보면 내가 평소에 어떤 태도로 일하고 살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된다. 다산이 강조한 ‘학이치용(배운 건 반드시 써야 한다)’이나 ‘반구제기(문제의 원인을 나에게서 먼저 찾는 태도)’ 같은 내용은 지금 시대에도 하나도 낡지 않은 조언처럼 느껴졌다.

물론 중간중간 한자 원문이 나와 처음엔 조금 긴장했는데, 번역과 해설이 잘 붙어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그 짧은 문장들이 지닌 무게감 덕분에 필사하는 시간이 작은 집중 명상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글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글을 통해 하루를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책에 가깝다. 읽고 나면 괜히 나도 오늘 하루를 좀 더 단정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책장에 꽂아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는 용도로도 딱 좋다.

* 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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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시원스쿨 처음토익 550+ (LC + RC + VOCA) - 관리형 입문서 한 권 토익 시리즈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LAB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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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솔직히 말하면 토익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이 제일 막막했다. 목표는 800점인데, 지금 실력은 어디쯤인지조차 감이 없었고, 문법이나 듣기는 손 놓은 지 오래라 뭐부터 해야 할지 정리가 안 됐다. 그래서 너무 어려운 책보다는 그냥 기본기를 다시 익히는 책을 찾고 싶었고, 시원스쿨 <처음토익 550+>가 그 역할을 해줬다.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는 책이라기보다는, 정말 ‘입문서’라는 말 그대로, 기초 체력을 다시 다잡는 느낌이었다.

좋았던 점은 문제를 많이 풀라고 독촉하지 않는 구조였다. 먼저 문법에서 꼭 알아야 할 개념만 정리해주는데, 불필요하게 용어를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는 게 마음이 편했다. 예전에 공부할 때는 문법이 규칙 암기 같아서 질렸는데, 이 책에서는 “토익에서는 이럴 때 이렇게 고른다”라는 식으로 정답 기준을 알려줘서, 머릿속이 좀 정돈되는 기분이었다. ‘나 문법 다 까먹었구나…’ 하는 자괴감이 덜했다.

듣기 파트도 비슷했다. 전체 문장을 다 들으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문제 유형별로 집중해야 하는 부분을 알려줘서, 그냥 무작정 받아적는 공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직 듣기는 내가 가장 약한 부분이라 완전히 자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듣기 파일을 틀었을 때 바로 멘붕 오는 일이 줄었다는 건 꽤 큰 변화다.

단점도 있었다. 예시 문장이나 연습 문제가 기본 단계라서, 어느 정도 감을 찾고 나면 살짝 심심하다는 느낌이 올 수 있다. 그래서 550+를 넘어서 800점을 목표로 한다면, 이 책만으로는 분명 부족하고, 다음 단계 책이나 실전 문제집으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 다만 나는 지금 그 ‘다음 단계로 가기 전 준비 운동’이 필요했던 사람이어서, 이 정도 템포가 오히려 딱 맞았다.

결론적으로, 이 책 덕분에 내가 얼마남지 않은 올해 목표를 향해 출발선에 제대로 설 수 있게 됐다는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갈 길이 남았지만, 예전처럼 ‘아 뭐부터 하지’ 하고 머리만 복잡한 상태는 아니다. 이제는 방향이 생겼고, 그게 지금은 제일 크다.

* 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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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지적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명문장 필사책
박경만 지음 / 책글터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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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말보다 조용한 문장이 마음을 더 단단하게 붙잡을 때가 있다. 말이 많아질수록 생각이 흐려질 때, 종종 펜을 꺼내 글을 따라 쓴다. 타인의 언어를 빌려 나를 정리해보는 시간이다.
『인생에서 지적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명문장 필사책』은 바로 그런 시간을 위한 책이었다.

박경만 작가의 이 책은, 단순히 ‘좋은 글귀’를 모아놓은 책이 아니다. 하루 한 장, 짧지만 밀도 높은 문장을 따라 쓰며, 그 여운에 잠시 머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지적이고 싶은 사람을 위한’이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표현이지만, 실은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감도는 그보다 훨씬 깊고 조용하다.

책을 펼치면 고전 문학, 철학, 예술,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엄선한 300여 개의 명문장이 등장한다. “당신이 등을 돌리지 않는 한 운명은 당신이 꿈꾸는 그대로 당신의 것이 될 것이다” 같은 익숙한 문장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가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구절들이다. 바로 그렇기에, 다시 써볼 때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짧은 해설은 한 줄 문장을 내 삶에 연결해보는 다리를 놓아준다. 그 다리를 건너며 독자는 점차 ‘내 문장’을 가진 사람이 된다.

✔️

“사랑도 미움도 없이 왜 내 마음에 고통이 가득할까? 그는 내 마음 속에서 언제나 울고 있네.”
흔들리는 날, 이 문장을 써 내려가며, 글이 아니라 나를 다독이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이 책은 ‘명문장 필사책’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연습’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좋은 점은, 그날의 마음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성찰, 인간관계, 슬픔, 회복, 기쁨 등 다양한 주제가 골고루 담겨 있어서, 오늘 하루 내 안에서 가장 크게 울리는 문장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니까 책은 말하지 않는다. 다만 건넨다. 오늘 당신에게 필요한 문장이 무엇인지, 조용히 묻는 방식으로.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문장의 출처나 배경 설명이 조금만 더 깊이 있었더라면, 문장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빈 공간은 독자 자신의 사유로 채워야 할 몫일지도 모르겠다. 설명되지 않은 문장은 오히려 더 많은 여운을 남기기도 하니까.

✔️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필사가 아니라, 내가 오늘 어떤 마음인지 알아보기 위한 작은 의식처럼. 하루의 끝에서 나를 정리하는 도구로, 이 책은 참 좋은 동반자가 된다.

지적인 사람이 된다는 건, 거창한 지식을 아는 것이 아니라, 좋은 문장을 깊이 있게 곱씹고 자신의 말로 전환해내는 감각을 갖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감각을 조금씩 키우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작고 단단한 시작이 되어줄 것이다.

* 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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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의 사라진 작품들 - 팔리거나 도난당하거나 파괴된 그래피티 51
윌 엘즈워스-존스 지음, 서경주 옮김 / 미술문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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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 사라진 벽, 사라진 기억

예술은 언제 사라지는가? 혹은, 지워지는가?
한 번의 스프레이, 한 점의 붓질로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남기는 작가, 뱅크시.
그러나 우리가 본 것은 단지 ‘살아남은 일부’일지도 모른다.
뱅크시의 유실된 작품들은 그가 남긴, 그리고 잃어버린 작품들의 궤적을 따라간다.



✔️ 기억되지 못한 예술, 혹은 지워진 저항

윌 엘즈워스-존스가 쓴 이 책은 뱅크시의 대표작이나 유명세를 부각하는 작품집이 아니다.
오히려, 존재했지만 지금은 사라진 작품 51점을 통해 ‘예술이 사라지는 방식’에 집중한다.
도난당하거나, 철거되거나, 무심코 지워진 벽화들.
그 하나하나에 담긴 시대의 얼굴과 거리의 목소리가 이 책에서 되살아난다.

그래피티는 원래가 ‘영구적이지 않은’ 예술이다.
그러나 뱅크시의 작업은 그 불안정함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며
사라짐 자체를 예술 행위로 전환시켜 왔다.
‘유실된 작품들’은 이 지점에서 예술과 기록, 저항과 상품화, 기억과 망각 사이의 미묘한 균열을 포착한다.



✔️ 미술관 밖에서, 보존되지 못한 목소리들

책은 작품 하나하나의 위치, 생성과 파괴의 과정, 그리고 그에 얽힌 사회적 맥락을 꼼꼼히 정리한다.
도판과 함께 실린 뱅크시 특유의 아이러니한 유머,
지역 커뮤니티의 반응, 미디어와 아트 마켓의 개입까지—
모든 요소가 뱅크시라는 현상을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그림을 보존하려는 이들과 지우려는 이들,
예술을 소유하려는 시장과 공유하려는 거리의 사람들.
사라진 벽은 더이상 단순한 콘크리트가 아니라,
사회적 기억의 파편이자, 동시대 도시의 정치적 풍경으로 변모한다.



✔️ 아카이브가 된 거리, 거리로 나간 아카이브

이 책을 읽으며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지워진 것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뱅크시의 예술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아카이브적 실천에 가깝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예술을 ‘보존’할지 결정하는가?
기록되지 않은 저항은 결국 사라지는가?

예술과 기록학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뱅크시의 유실된 작품들은 하나의 참조점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단지 그래피티를 모은 예술서가 아니다.
오히려 사라진 것들에 대한 가장 예술적인 기록이다.



💭

“그림은 사라졌지만, 의미는 남는다. 혹은, 의미도 함께 지워졌는가.”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사라지는 예술은 과연 끝난 것일까?
그리고, 기록되지 않은 저항은 실패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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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행복 -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 열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모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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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삶과 글 사이, 가장 조용하고 단단한 연결

햇살 아래 피어난 초록 식물처럼, 이 책은 조용히 피어나는 사유의 정원이다. 『모두의 행복』은 단순히 울프의 글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산문 속에서 ‘정원’이라는 공간을 빌어 인간 내면의 평온, 여성적 시간, 그리고 글쓰기의 윤리를 다시 길어 올린다.

책은 울프의 여러 산문과 일기, 편지에서 ‘정원’에 관한 언급들을 뽑아 재구성한다. 그녀의 덜 알려진 텍스트들이 어루만져지듯 등장한다. 이 선택은 꽤 세심하고도 사려 깊다. 정원이란 본디 시간을 들여 가꾸는 곳이며, 버지니아 울프에게 있어 그것은 여성의 삶과 글쓰기의 은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울프는 종종 자신의 글을 ‘씨앗’으로, 생각을 ‘흙’으로 표현했다. 그런 그녀의 언어를 따라 이 책은 자연과 내면, 세계와 고요를 하나의 선형으로 꿰어낸다. 눈에 띄는 점은, 그녀의 글을 단순히 ‘자연예찬’으로 소비하지 않고, 정원이라는 공간에 깃든 정치적·성적 함의를 함께 짚어낸다는 점이다. 울프에게 정원은 단순한 안식처가 아니라, 여성들이 사회적·문화적 침묵을 돌파하며 사유를 확장하는 장소였다.

“그녀의 언어는 자라나는 식물 같다. 땅을 딛고 있지만, 늘 빛을 향해 고개를 든다.”

책의 디자인 또한 이 메시지를 섬세하게 반영한다. 표지에 그려진 뜨거운 태양과 튼튼한 잎사귀들은 울프의 문장이 가진 생명력과 그 고요한 폭발력을 상징한다. 독일어 부제 Eines jeden Glück, 즉 “모든 이의 행복”은 울프가 바라본 글쓰기의 궁극적 목적—‘개인의 사유가 타인의 안식을 낳을 수 있음을 믿는 것’—과 닿아 있다.

에세이의 결마다 실린 짧은 울프의 인용들은 마치 하나의 씨앗처럼 자리잡는다. ‘무언가를 가꾸는 일은 세계에 대해 쓰는 일과 같다’는 문장은 특히 인상 깊다. 울프의 문장을 따라 걷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자기 안의 정원을 발견하게 된다. 수풀로 뒤엉킨 감정들, 메마른 땅처럼 갈라진 기억들, 그리고 여전히 무성한 가능성들까지.

『모두의 행복』은 버지니아 울프를 사랑했던 이들에게는 새로운 방식의 재회이고, 처음 그녀를 만나는 이들에게는 사유의 첫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책장을 넘길수록 우리는 ‘모든 이의 행복’이란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한 줄의 문장, 한 송이 꽃, 그리고 한 사람의 사유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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