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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전혜린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서평단 #도서제공
“데미안은, 다시 한 번 우리 안의 알을 두드린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알’을 품고 산다.
그 알은 깨지지 않는 한, 세상에 나올 수 없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바로 그 알을 깨고 나오는 정신의 탄생기이다. 누군가에게는 성장소설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존재의 심연과 마주한 통과의례가 된다.
이 소설은 ‘에밀 싱클레어’라는 한 소년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가정과 학교, 선과 악, 믿음과 죄의식 사이에서 그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그리고 그 혼란은 단순한 유년기의 혼란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아를 받아들이기 위한 고통의 시작이다.
싱클레어의 여정은 ‘데미안’이라는 인물을 통해 방향을 얻는다.
데미안은 기존의 가치체계를 넘어선, 어쩌면 신화적이고도 초월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그는 기존의 도덕이 말하지 않는 영역에서 질문을 던지고, 세계는 선과 악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문장이자, 결국 인간은 자신의 세계를 깨는 일로만 스스로가 될 수 있다는 선언이다.
『데미안』은 감각적 묘사나 서사의 긴장으로 독자를 끌어당기지 않는다. 대신 내면 깊은 곳을 두드리는 문장들로, 조용히 독자를 감염시킨다. 어떤 문장은 철학처럼 느껴지고, 어떤 문장은 기도처럼 다가온다. 책을 덮은 후에도 문장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유다.
특히 ‘아브락사스’라는 개념을 통해, 작가는 신성과 악마성, 모든 대립된 개념을 품는 하나의 존재를 제시한다. 이것은 단순히 신비주의적 상징을 넘어, 현실의 경계 바깥에 있는 내면의 진실에 대한 탐색이다.
이 여정을 번역해낸 사람이 바로 전혜린이다.
전혜린은 1960년대, 이 책을 단순한 번역이 아닌 자신의 삶의 고백처럼 옮겼다. 그리고 올해, 그녀의 번역이 북하우스에 의해 복원되었다. 맞춤법과 표기만을 최소한으로 손본 이번 판본은, 그녀가 원문에 새긴 체온과 숨결을 그대로 담아낸 유일한 판본이다.
그녀가 이 책에 담았던 고독, 결핍, 진실에의 욕망이 문장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 그녀는 이 책을 번역함으로써, ‘싱클레어’라는 이름을 빌려 자신의 세계를 통과했고, 그 시간의 언어가 오늘날 우리에게 ‘읽히는’ 중이다.
『데미안』은 결국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빛과 어둠, 의지와 유혹, 순종과 반항이라는 내면의 싸움 속에서,
인간은 더 이상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 둘을 함께 끌어안고 나아가는 것이 성장이며, 성숙이다.
그리고 그 여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반드시 감행해야 할 여정임을 이 책은 알려준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그토록 외면하고 있던 ‘나’의 얼굴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 알 속에 있을지라도, 그 안에서 이미 세상을 깨뜨릴 준비는 시작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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