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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 - 문태준 시인의 초록문장 자연일기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25년 7월
평점 :
#서평단 #도서제공
문태준 시인의 산문집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는 단정하고 사려 깊은 문장으로,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기록한 에세이이다. 제주라는 땅에서 흘러간 다섯 해의 시간은 단순한 일기나 농사일의 나열이 아닌, 시인의 감각과 철학이 오롯이 배어 있는 ‘살아 있는 문장’으로 새겨져 있다.
이 책은 ‘여름, 가을, 겨울, 봄’이라는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구성되어 있으며, 계절마다 다른 빛깔과 냄새, 감정과 기도를 품고 있다. 마치 농부의 손으로 갈무리하듯, 시인은 하루하루의 자연 속에서 감정의 흔적을 따뜻하게 그러모은다.
시인이 제주로 거처를 옮긴 이후, 그는 직접 호미를 들고 풀을 매고, 땅을 일구며, 씨앗을 뿌리고 꽃을 맞이한다. 시를 짓던 손이 흙을 만지고, 글을 쓰던 눈이 들꽃과 돌담을 바라본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연의 숨결에 귀 기울이고, 인간 존재의 무게를 새삼 가늠한다. 이 책은 바로 그 모든 ‘느낌’과 ‘깨달음’의 기록이다.
표지에 흐드러진 초록 식물의 실루엣처럼,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는 화려한 수식이나 장치 없이도 묵직한 울림을 안긴다.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는다”는 문장은 단순한 감탄이 아니라, 자연 앞에 선 인간의 겸허한 자세이자, 회복에 대한 희망이다.
문태준 시인의 문장은 매우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감각적이다. 이를테면 ‘작약꽃이 성당 같고 절 같다’는 비유나, ‘얼음 밑의 거실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라는 묘사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깊은 내면이 투영된 결과물이다. 그는 자신이 돌보는 밭의 이름을 ‘구구전’이라 부르고, 마치 생명의 기록을 이어가는 사관처럼 땅의 시간과 식물의 언어를 노트에 옮긴다.
이 책은 독자에게 시를 읽는 듯한 농사의 언어를 선사한다. 동시에, 묵묵히 자신과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태도를 보여준다. 뽑아낸 잡초를 한 줄 한 줄 기억하고, 계절을 해마다 다른 리듬으로 느끼며, 그 안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시인은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품는다.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는 단순한 자연예찬이 아니다. 이것은 일상을 산문으로, 생을 문장으로 다시 세우는 작업이다. 그 안에서 독자는 나지막이 묻는다. ‘나는 얼마나 자연 속에서 내 삶의 리듬을 듣고 있는가?’, ‘나는 이 고요한 세계에 귀 기울인 적이 있는가?’
누구보다 조용히, 그러나 가장 정확하게 자연과 존재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책은, 하루를 무탈하게 살아내는 이들에게 한 송이의 위로로 다가온다. 지금, 서러운 일이 마음속을 지나가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꽃이 피고 있으니, 잊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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