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의 시간 - 망가진 세상을 복원하는 느림과 영원에 관하여
사이 몽고메리 지음, 맷 패터슨 그림, 조은영 옮김 / 돌고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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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사랑한다. 왜냐하면 지금이니까” 다른 말은 필요 없다. 다른 것은 필요 없다. 거북처럼 머문다, 머물려 한다. 왜냐하면 거북은 지금 그 자체이니까. 거북은 눈에 보이는 ‘지금’, 살아있는 ‘지금’이니까. 받자마자 다 읽고, 필사하려고 다시 읽는데 눈물나게 하는 거북과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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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소포스의 책 읽기 - 철학의 숲에서 만난 사유들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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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책이 묵직해서 좋다. 이어지는 불면의 밤들, 책을 펼치고 거닐 수 있는 사유의 숲이 넓디넓어서 좋다. 그 숲에서 자유로이 걷다 잠들 생각을 하니, 안심된다. ((나는 깊은 밤에도 숲을 산책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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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소포스의 책 읽기 - 철학의 숲에서 만난 사유들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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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말했다.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저 사람들. 다들 먹고 살만 한 사람들이잖아. 돈 때문에 저러는 건 아니잖아?” 친구는 말했다. “권력 때문이지 않겠어?”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권력이 뭔데? 그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나?’ 나 같이 안전과 안정 지향적인 사람은 이해 못할 사람들이다. 그들이 6개월 째 일일 갱신하며 내란을 지속하고 있는 것을 보며, 나는 지금 조금 위기다.

어제 새벽 N번째 내란이 있었고 세상은 아무 일 없듯이 돌아가고 있는 것 같고 (그럴 리가!), 두렵고, 지치지도 않고 화가 나고, 이런 나에게 지치고, 아침부터 폭식을 했고, 봄비 내린 산책로가 기대돼 평소 같으면 신나게 나가, 하염없이 걷고 있을 산책을 나갈지 4시간째 고민 중이고, 조금 울고 싶고, 몇 시간째 한 자리에 앉아 창 밖에 좋아하는 봄비와 연초록 나무들을 바라보며, 세계가 너무 기괴해... 기괴해.. 라고 생각 한다.

끝끝내 이해 못할 사람들 일 텐데, 마치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는 듯이, 매번 번번이 놀라고 황망해하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난다. 답답해서 SNS에 들어가고, 분노를 식히기 위해 나오고, 더 불안해져 돌아가고. 반복된다. 일상이 어그러지고, 분노가 나 자신을 향한다. (((왜 저런 것들 때문에!!)))

저들을 보며 생각한다. 인간의 밑바닥이라는 건 대체 뭘까? 내가 ‘저들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부르는 ‘저들’에 나는 없나? 인간 종은 어떤 존재인가? 내가 인간인 것이 참 싫다. (그래서 요즘 동물 관련 책들을 읽고 있다. 결과는? 인간인 것이 더 싫어지고 있다.) 나를 보며 생각한다. 왜 자신의 분노와 환멸과 무기력에 이렇게 휘둘리나? 나는 이렇게 약한 인간인가? 내내 하는 생각은 이런 거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저래?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 나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어?

뜨거운 모래바람에 펄럭이는 뜯겨진 폐비닐처럼 마음이 후텁지근하게 들썩인다. 경악과 냉소로 마음이 마모된다. 우수수 마음의 모래성이 흘러내린다. 이웃 나라에서는 희대의 빌런이 ‘민의’로 재선에서 승리하고, 그가 발언하는 족족 세계가 조금씩 흘러내리고, 세계의 불행을 알리는 사진들이 SNS에 떠돌고.

마음이 한없이 어둡게 들뜨는 지금, (이런 지금들이 6개월째다.) 마음의 누름돌이 필요하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인간의 조건과 인간의 분투, 인간의 가능성과 인간의 한계, 무엇보다 인간의 자정 능력, 인간의 회복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누군가, 같은 의문과 간절함을 가진 누군가가 필요하다. 지혜를 신뢰하는, 그래서 지혜를 모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긴 안목과 인내력을 가지고 인간과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 조곤조곤 느리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 지혜로운 친구가 절실하다.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 철학자들이잖아. 지혜를 사랑해서 지혜를 사랑하는 전통을 인류사에 깊이 새긴 사람들. 마침 고명섭 작가의 <필로소포스의 책 읽기>가 도착했다. “철학의 숲으로 난 길이야말로 지혜를 찾는 자에게 가장 친숙한 길이다.” 음, 그래. 맞아. 마음을 다독인다. 오늘 하기로 한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부엌 대청소). 책을 펼쳐 지혜로운 자들에게 살짝 기대 마음을 털어놓고(제일 급함. 비밀 보장 됨), 정신을 활짝 열어 환기시키고, 그들과 대화하며 어지러워진 정신을 정리정돈 해야겠다. 먼지를 털고, 버릴 건 버리고, 방향을 바꾸고, 제자리를 찾고, 필요한 리스트를 정리하고, 구비할 건 구비하고. 마지막으로 정신을 맑게 할 좋은 향도 피우도.

“철학의 숲에서 만난 이들은 다 사유의 친구다. 친구들이 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중략) 이것도 작은 사유의 숲일지 모른다. 숲은 숲을 키운다. 숲은 잠들지 않는다.”

숲은 잠들지 않는다. 까무룩 자꾸 잠들려 하는 내 정신에 건네는 말 같다. 이 어둠 속에서 눈 감지 않기 위해, 졸음에 지지 않기 위해. (너무 진부하고 끈덕진 악에 자꾸 졸음이 쏟아져, 하품이 나지만 진저리가 나. 웃기지만 전혀 안 웃겨. ) 사유의 친구들이 내민 손을 꼭 잡고 철학의 숲으로 들어간다.

아, 책이 묵직해서 좋다. 이어지는 불면의 밤들, 책을 펼치고 거닐 수 있는 사유의 숲이 넓디넓어서 좋다. 그 숲에서 자유로이 걷다 잠들 생각을 하니, 안심된다. ((나는 깊은 밤에도 숲을 산책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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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과 죽음
마르틴 하이데거 외 지음, 한상연 엮고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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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목적 없이 던져진 필멸의 존재라는 진실을 직시할 때, 삶은 도리어 그 오롯한 무늬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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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과 죽음
마르틴 하이데거 외 지음, 한상연 엮고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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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절대적으로 가둬버리는 난공불락의 괄호, 영원히 해제되지 않는 자물쇠. 죽음이다. 우리는 이 괄호 안에서 옴짝달싹 할 수 없고, 지극한 쾌락과 고통 중에 있다 해도, 결국은 이 괄호 안이다. 인간의 이성과 상상력이 아무리 먼 곳으로 치닫는다 해도, 우리의 실존은 결국 이 괄호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실존주의의 사유가 죽음에서 열려 죽음으로 종결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실존과 죽음>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사유의 단편들을 엮어 모은 책이다. 파스칼, 키르케고르, 니체, 하이데거, 사르트르, 보부아르, 카뮈. 실존주의의 계보를 잇는 대표 철학자들의 죽음에 관한 문장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이다.

“자기의 죽음을 향해 존재하면서, 현존재는 실제로, 게다가 부단히 죽는다. 아직 자기 삶이 끝나지 않는 한에서는 말이다.” - 하이데거

“죽음은 세계의 한 가운데서 자기의 객체성을 잃는 것이 아니라...타인에게 자기를 주체로서 드러낼 가능성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다.” - 사르트르

“오늘날 우리는 꽤 시달리며 산다. 죽음을 속이는 데 너무 열심이기 때문이다.” - 보부아르

“자기 의지로 죽는 자는 살아야 할 어떤 심오한 이유도 없음을, 하루하루 동요하며 사는 것의 어이없음과 고통에 시달림의 무익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 카뮈.

죽음의 칼날 위에 서 있는 듯 철학자들의 사유는 물러섬이 없다. 죽음에 의해 한계상황에 던져진 실존을 드러내고, 그 한계상황이 초래하는 삶의 부조리와 덧없음, 의미를 부여잡으려는 실존의 희극성을 놓치지 않는다.

“그렇다. 너희 창조하는 자들이여, 너희의 삶에는 혹독한 죽음이 많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너희는 모든 무상함을 대변하고 정당화하는 자여야 한다. - 니체

“죽음을 향한 존재로서 가능성을 향한 존재는 죽음이 이 존재 안에서 그리고 그 존재를 위해 가능성으로서 드러나도록 죽음과 관계 맺어야 한다. ”- 하이데거

“나는 죽어 가려고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죽을 자로 자유롭게 존재한다.” - 사르트르

“실존은 자기의 유한성 자체에서 자기를 절대적인 것으로 긍정해야 한다. ” - 보부아르

하지만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서 있는 칼날의 다른 한 면은 삶이다. 실존이 지향하는 자유와 존엄의 가능성은 예정된 죽음에 대한 명확한 인식으로부터 나온다. “현재는 살기 위해 죽어야 하고, 실존은 자기의 가슴에 품은 죽음을 부정해서는 안 되며 도리어 원해야 한다.” 라는 보부아르의 문장처럼, 우리가 목적 없이 던져진 필멸의 존재라는 진실을 직시할 때, 삶은 도리어 그 오롯한 무늬를 드러낸다.

삶의 비밀은 죽음이 움켜쥐고 있다. 죽음의 방향에서 삶을 바라볼 때 많은 것들이, 지켜내야 할 것들이 선명해진다. 유한성이라는 인간 제1 조건을 어떻게 사유하고, 그 사유에서 어떤 실천을 이끌어 내어, 어떤 삶을 구상할지는 개별 실존에게 던져진 어쩌면 유일하게 의미 있는 과제일지 모른다.

<실존과 죽음>은 아포리즘 형식으로 구성됐다. 철학자들의 긴 사유의 문맥에서 발췌된 문장들이기에, 책에 실린 문장들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철학자들의 사유가 농밀하게 맺혀진 짧은 문장들은 특별한 장소와 공명을 만들어 낸다. 문장을 감싸고 있는 여백과 침묵의 공간은 독자에게 홀로 그 문장을 대면하고 오래 한 자리에 머물러 문장을 곱씹으며, 그 문장이 건네는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여유를 누리게 한다.

24시간 대낮같이 환하게 자가 발전중인 이 화려하고 스마트한, 누추하고 벌거벗은 시대에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질문을 경청하려 당신을 기다리는 철학자들이, 여기 이 책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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